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1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사태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들이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3일(현지시각) 러시아가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 여파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국제 제재 때문에 빚을 갚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더 이상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러시아 사태가 국제 금융 위기를 촉발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 등의 대규모 경제 제재로 러시아가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러시아 경제가 올해 심각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루블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러시아 국민들의 구매력이 상당히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주변 나라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전세계 은행들이 러시아 관련 위험에 노출된 규모(익스포저)가 1200억 달러라며 이는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경제 체계에 밀접하게 연결된 위험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16일까지 2건의 국채 이자 1억7천만달러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자 지급 시한을 넘기면 한달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지며, 이 또한 지키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 처리된다. 러시아는 3월말과 4월4일에도 각각 3억5900만달러와 20억달러 규모의 채권 상환을 앞두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의 4.4%에서 하향 조절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전반적인 상황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농산물 가격 상승 등 물가 불안이라며 이는 아프리카 등지의 식량 불안과 기아를 부를 잠재력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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