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통화를 쓰는 유럽연합 19개국의 9월 소비자물가가 한해 전보다 10% 상승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이 손님에게서 물건 값을 받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단일 통화인 유로를 쓰는 19개 국가(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연율)이 에너지 위기 심화 탓에 사상 처음으로 두자리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럽이 올 겨울 심각한 에너지 위기 속에 가계의 구매력이 더욱 줄면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통계국(유로스탯)은 30일(현지시각)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9월에 비해 10.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8월의 물가 상승률은 9.1%였고, 지난해 9월은 3.4%였다. 이날 발표는 속보치이며, 최종 확정치는 달라질 여지가 있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이 두자리 수를 기록한 것은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인 지난 4월 7.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높아져, 5월 8.1%, 6월 8.6%, 7월 8.9%, 8월 9.1%를 각각 기록했다.
9월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단연 에너지 가격이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인 여파 등으로 9월 에너지 가격은 한해 전에 견줘 40.8% 상승했다. 8월 상승률은 38.6%였다. 식품·주류·담배 가격은 한해 전보다 11.8% 올랐으며, 이 가운데 가공하지 않은 식품류(12.7%)가 가장 많이 올랐다. 에너지를 제외한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은 1년 사이 각각 5.6%, 4.3%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용하는 가중 평균치를 통해 산출한 국가별 물가 상승률은, 에스토니아(24.2%), 리투아니아(22.5%), 라트비아(22.4%)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해 3국이 가장 높았다. 네덜란드(17.1%), 슬로바키아(13.6%), 그리스(12.1%), 벨기에(12.0%), 오스트리아(11.0%), 독일(10.9%), 슬로베니아(10.6%) 등 7개국도 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었다. 프랑스(6.2%), 몰타(7.3%), 핀란드(8.4%), 아일랜드(8.6%), 룩셈부르크(8.8%), 키프로스(9.0%), 스페인(9.3%), 이탈리아(9.5%), 포르투갈(9.8%) 등 9개국은 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로존의 9월 물가 상승률이 민간 전문가들의 예측치 9.7%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며 유럽중앙은행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다시 0.75%포인트 올린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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