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프랑스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가 9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파리/AP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82)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강력한 물가 대책 등을 요구하는 시위에 동참하도록 촉구하는 공개 편지에 본인의 이름을 올렸다.
에르노를 비롯한 작가, 영화감독, 교수 등 69명은 9일(현지시각) 주간지 <주르날 뒤디망슈>에 실은 공개 편지에서 16일 파리에서 열릴 마크롱 정부 규탄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시위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등 좌파 정당들이 공동으로 물가 대책과 기후 변화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여는 것이다.
에르노 등 지식인들은 “마크롱이 인플레이션을 빈부 격차 확대와 자본 소득을 끌어올리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처음에는 고용 혜택을 건드리더니 이제는 사회적 보호의 핵심이자 연대의 축을 구성하는 연금 제도를 공격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정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마크롱 정부가 폭등하는 에너지 가격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물가 폭등 등으로 큰 이익을 얻은 기업들에 대한 추가 과세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62살인 퇴직 연령을 64살 또는 65살로 점차 높이는 등의 연금 제도 개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지난 6일 프랑스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에르노는 지난 대선에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를 지지했다. 멜랑숑은 에르노가 수상자로 발표되자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행복해서 눈물을 흘린다. 프랑스 문학은 돈의 언어가 아닌 섬세함의 언어로 전세계에 말을 건다”며 축하했다.
한편,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정유 업계 노동자들의 파업이 2주째 이어지면서 프랑스 곳곳에서 휘발유 등 유류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 노동조합총연맹(CGT)이 정유 업체 토탈에너지와 엑손모빌을 대상으로 한 파업을 2주째 계속하면서 유류 생산이 60%까지 줄었다고 전했다.
노조는 정유 업계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임금 인상에는 인색하다며 토탈에 대해 임금 1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으로 토탈에너지의 3개 정유 시설이 봉쇄된 상태다. 노조는 파업을 계속하겠지만 대화의 여지는 있다고 9일 밝혔다. 노조는 “대화를 시작하면 우리는 임금 10% 인상을 연초부터 소급 적용하는 요구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엑손모빌과도 몇주째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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