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이 퇴장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바라보고 있다. 시 주석 옆에는 리커창 총리가 앉아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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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23일 세계의 시선이 14억명이 사는 중국으로 향했다. 당원 9671만명의 세계 최대 정당,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부를 5년 만에 교체하는 행사(20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렸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고, 5년간 중국을 이끌 공산당 새 지도부가 결정됐다. 특히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붉은 카펫을 걸어 나온 7명 당 최고지도부(상무위원회)가 전원 시 주석 측근들로 채워진 것은 충격을 줬다. 지난 10년 최고지도자였던 시 주석 권력이 집단지도 체제를 무너뜨릴 만큼 막강하다는 것이 다시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눈길을 끈 ‘사건’은 당대회 폐막일 발생한 후진타오(80) 전 주석의 퇴장이다. 후 전 주석은 국가 최고지도자로 2002~2012년 중국을 이끌었다. 그가 폐막식 도중 수행원에게 이끌려 퇴장했는데, 처음엔 고령인 후 전 주석의 건강 문제로 발생한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지만, 관련 영상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강제 퇴장’ 의혹으로 번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사건 직후 “후 전 주석의 건강이 안 좋아져 옆방에서 쉬게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후 전 주석이 치매를 앓는다는 소문까지 퍼지기도 했지만 ‘퇴장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처음 공개된 영상에서 수행원에 의해 퇴장당하는 후 전 주석을 시 주석이 신경 쓰지 않는 모습 정도가 담겼지만, 25일 스페인 등 해외 언론에 공개된 새 영상에는 시 주석이 수행원을 불러 몇마디 한 뒤, 다른 수행원이 후 전 주석을 퇴장시키는 장면이 담겼다. 후 전 주석은 책상 위 붉은 서류를 보려다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후 전 주석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시 주석이 일부러 그를 퇴장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후 전 주석이 시 주석과 다른 계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을 대표하고, 이번 인사에서 공청단 계열이 최고지도부에 한명도 들지 못하면서 계파 간 권력 싸움의 연장선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국제뉴스를 접하는 세계인이라면 쉽게 알 만한 이 사건을 정작 대부분의 중국인은 모른다. 중국 매체가 해당 사건 보도를 전혀 하지 않고, 중국 검색 서비스나 소셜미디어에도 관련 단어는 검색되지 않는다. 당국이 이 일을 철저히 검열하면서, 오히려 중국 바깥에서 ‘카더라’식의 해석이 퍼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모르는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20차 당대회 사흘 전인 13일 베이징 시내의 고가도로에서 한 남성이 시 주석의 정책과 그의 연임을 비판하는 펼침막 시위를 벌였지만, 이 역시 중국 내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23일 저녁에도 중국 경제 중심 상하이에서 몇몇 청년이 펼침막을 들고 시 주석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했지만 역시 철저한 검열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정치·사회적 억압은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최근 기자가 만난 중국인들 가운데, 시 주석 외에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6명의 상무위원 중 1명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 30대 중국인은 “상무위원이 누군지 알려달라”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