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사건을 보도한 탐사언론인 시모어 허시가 15일 <디모크라시 나우> 텔레비전과 회견하고 있다. <디모크라시 나우> 화면 갈무리
지난해 9월 발생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는 미국의 공작”이라고 주장한 저명한 탐사 보도 언론인 시모어 허시(85)가 후속 인터뷰를 통해 이 보도의 정보원은 미 정부 당국자이며 미국이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를 단절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허시는 15일 미국 방송 <디모크라시 나우>, 영국 잡지 <뉴 레프트 리뷰>와 인터뷰에서 8일 자신이 블로그를 통해 보도한 기사의 ‘정보원’이 “미국의 공작이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한 미국 정부 내부 관계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보도가 ‘소수의 익명 소식통에 의존한 검증되지 않은 보도’라는 비판에 대해선 “취재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20년, 30년, 40년 동안 나는 정부가 하는 것에 충성하지 않을뿐더러 비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내부자들을 알고 있는 행운아다. 기자들이 꿈꾸는 그런 취재원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계속 알고 있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가스관을 파괴한 이유에 대해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 가스관이 파괴되어 얻을 수 있는 전술적 이익이 있었다. 전쟁이 어려워져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려는 결정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지난해) 11월이나 12월에 추위가 오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멈춰지고, 독일은 그 가스관을 개통해 가스 가격을 낮추라는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이것은 당시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급박한 우려였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르트스트림을 끝장내 바이든은 (독일이)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선택지에서 삭제해버렸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정부 내에 일하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선택이 장기적으로 위해를 끼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이런 행동으로 미국이 서유럽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불가능하다. 정보기관에 있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이 문제를 깊이 숙고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허시는 미국 정치권이나 주류 언론들이 자신의 보도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미국이 양극화되었고, 진영 논리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이후 언론이 양극화됐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우리는 지금 양 진영으로 나뉘었다”며 “이 나라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든 것에 대해 엄청나게 지속적인 증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국내적으로는 좋은 정책을 펴는 민주당 대통령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그런 전폭적인 개입을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이 점에서는 나는 아마 소수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류 언론 중에서는 반민주당 보수 성향인 <폭스 뉴스>의 앵커 터커 칼슨만이 자신의 가스관 폭파 보도를 다뤘음을 상기했다. 하지만, 허시는 폭로 기사를 게재한 자신의 블로그가 이미 조회수 100만을 넘었고 수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허시는 8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 공작 계획을 직접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해군 잠수부들이 ‘발틱 작전 22’(벨톱스 22)라는 나토 합동훈련의 은폐 하에 원격 작동 폭탄을 설치했고, 3개월 뒤 이를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공작이 2021년 12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군 합동참모본부와 중앙정보국(CIA) 등 당국자들을 소집한 회의들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이 보도가 나온 직후 “완전히 틀렸다”며 즉각 부인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사고 직후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는 가스관 파열은 “사보타주의 결과”라고 발표했으나 누가 벌인 일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뉴욕 타임스> 기자로 일한 허시는 베트남전 때 미군의 미라이 양민촌 학살 등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저명한 외교안보 분야 탐사보도 언론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