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튀르키예 현지 취재…“총체적 파괴”
“구호물품 의지…열악한 환경·추위에 건강 우려”
“구호물품 의지…열악한 환경·추위에 건강 우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일(현지시각) 기준 4만7천명을 넘어섰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구조 작업은 대부분 종료되었고, 18일 하타이에서 3명의 가족이 구조된 이후 생존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의료팀 비중을 높인 긴급구호대(KDRT) 2진을 현장에 파견해 인명 구조보다는 이재민 구호 및 재건복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주간 현지에서 지진의 참상을 전했던 <한겨레> 국제부 조해영 기자에게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Q. 취재 상황은 어땠나?
“초반에 이동하는 시간이 길었다. 지진 지역에서 빠져나오는 차량도 많았고,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이나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 등으로 길이 막혀 피해 지역으로 진입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동하는 도중에도 작은 마을들이 완전히 무너져 있거나 도로의 가로등이 부서지고 기울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Q. 체감 추위는 어땠는가?
“지역마다 편차가 컸다. ‘말라트야’라는 산악 지역은 가는 길에도 눈이 쌓여 있었고, 현지 기온도 밤에는 영하 12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텐트에서 난로에 의지하고 있는데 땔감이 마땅치 않아 보였다. 체온을 유지하고자 쓰레기를 태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 마신 생수통, 담배꽁초, 종이컵 같은 것들을 계속 태우다 보니까 텐트 밖으로 까만 연기가 계속 나왔다. 건강과 추위 모두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Q. 구호물품은 피해 지역에 충분히 공급되고 있었는가?
“지진 규모가 워낙 크고 피해 지역도 광범위해서 소위 말하는 의식주가 총체적으로 파괴된 상황이라고 느꼈다. 지진이 새벽 4시17분에 발생해 이재민 대부분이 자다가 그대로 뛰쳐나왔다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구호물품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피해 지역의 작은 마을까지 속속들이 공급되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 카흐라만마라시 같이 피해 규모가 큰 지역의 텐트촌에는 적어도 먹을 것이나 물이 최소한의 정도로는 공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피해가 크지 않은 지역의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듯 보였다. 이들은 정부나 외부에서 보내온 물품에 의지하기보다는 집이 아직 멀쩡한 이웃들이 도와가며 버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Q. 피해 지역 상황은 어땠나?
“갔던 곳 중 카흐라만마라시와 하타이의 피해가 가장 심각했다. 카흐라만마라시의 주요 건물들은 완전히 주저앉아 있었고, 한국 구조대가 활동하는 하타이도 주거 지역 대부분이 파괴된 상태였다. 건물들이 원래 어떤 용도였는지 알아보기 어려운 곳도 많았다. 현지인한테 이 건물이 원래 뭐하는 건물이었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주택으로 쓰이던 건물들이 무너지면서 집 안에 있던 세간살이도 밖으로 쏟아져 있었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도 나와 있었다. 가족사진이 담긴 앨범도 흙더미 사이에 떨어져 있었다.”
Q. 앞으로 우려되는 점은?
“피해 지역들은 유령도시 같았다. 남아 계신 분들도 있지만 건물이 다 부서지며 대부분 살 수 없는 곳이 됐다. 사람들이 다른 안전한 지역으로 빠져나간 상태라 사람도 없고 건물도 무너져 유령도시가 된 셈이다. 복구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집이 없어 텐트촌에서 지내는 분들의 경우 주변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건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글 최문정 기자 anna.choi@hani.co.kr, 영상 박승연 PD ye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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