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의 연금 제도 개편에 반대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에너지 부문 노조 조합원들이 9일(현지시각) 파리 외곽 생드니의 전력 시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올림픽 경기장 건설 현장 등에 대한 전기와 가스 공급을 끊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생드니/AFP 연합뉴스
정년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프랑스 정부의 연금 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부문 노조가 9일(현지시각)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시설 건설 현장에 전기와 가스 공급을 끊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좌파 성향의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은 이날 연맹 산하 에너지 부문 노조가 2024년 하계올림픽을 위해 파리 외곽 생드니에 건설되고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 주 경기장과 선수촌, 데이터 센터에 공급되는 전기와 가스를 끊었다고 밝혔다. 세바스티안 메네스플리에 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런 사실을 밝히며 “꼼짝하지 않는 정부에 맞서, 우리도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걸 거부한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메네스플리에 사무총장은 “정부와 공화국 대통령의 책임감을 촉구한다”며 “연금 개편안을 철회하면 전기와 가스 부문 노동자들도 공공 서비스와 공익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올림픽 시설에 공급되는 전기와 가스를 끊는 모습을 약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지켜봤으며, 일부 조합원은 카메라 촬영을 방해하기 위해 연기를 피우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사건 직후 전력 공급 업체는 원격으로 긴급 전기 공급 재개 작업을 벌였다.
지난 7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에너지 부문 노조는 일부 시설에 대한 기습적인 전기 공급 차단을 이어가고 있다. 교통, 정유 부문 노조도 사흘째 파업을 이어가면서 대중 교통 운행 차질 등이 빚어지고 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노조의 전기·가스 공급 차단을 비판했다. 그는 “경제를 무릎 꿇게 만드는 조처를 규탄한다. 무릎 꿇기를 바라는 것은 실업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 나서 다른 의견을 제기할 권리는 존중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노조들은 지난 1월19일부터 지금까지 모두 6차례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는데도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 문제이며, 이는 불가피하게 폭발적인 상황을 부를 것”이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한편, 연금 제도 개편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상원은 이날 새벽 조기 은퇴 연령을 현재의 62살에서 64살로 연장하는 조항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상원은 12일까지 나머지 조항 심의를 마칠 예정이다. 하원이 법안 심의 기간 종료 때문에 통과 절차 없이 법안을 상원으로 넘겼기 때문에,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양원이 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새로 법안을 논의한 뒤 다시 표결해야 한다. <아에프페>는 이 작업이 이달 중순 또는 늦어도 26일까지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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