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의 새 최고경영자로 임명한 린다 야카리노. 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지 7개월 만에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광고 전문가를 새 대표로 임명했다. 머스크가 인수한 뒤 트위터와 주요 광고주들의 관계가 악화하고 광고 수익도 크게 줄어들었는데,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린다 야카리노 전 엔비시(NBC)유니버설 광고·파트너십 대표를 트위터의 새 대표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야카리노는 사업 운영 부문에 초점을 두고 일할 예정이다. 그와 함께 트위터를 슈퍼앱 엑스(X)로 변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엑스는 머스크가 구상하고 있는 새 앱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비롯해 상품 결제, 원격 차량 호출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대형 플랫폼이다. 머스크는 앞으로 최고기술책임자로서 프로덕트 디자인과 기술 부문 업무를 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의 새 대표가 된 야카리노는 “더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비전에 오랫동안 영감을 받았다. 이 비전을 트위터에서 실현하고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되어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머스크와 대담을 하면서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 극대화’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야카리노는 미국 광고업계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엔비시유니버설에서 12년 동안 2천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일하며 1천억달러 이상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당시 도입한 광고 기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피콕’을 출시할 때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야카리노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광고주들이 엔비시유니버셜에 약속했던 광고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이 부담을 줄여줬다고 전했다. 야카리노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당시 줄였던 광고비를 매출로 연결했다.
야카리노의 이런 배경 때문에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를 떠난 주요 광고주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광고 수익을 끌어 올리기 위해 그를 새 대표로 임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직원 7500명 중 80%를 해고했고 ‘표현의 자유’ 명목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회복하는 등 각종 차별·혐오적 콘텐츠를 방치했다.
이에 대해 제너럴모터스, 화이자, 코카콜라 등 주요 광고주들이 우려를 밝히며 트위터에 대한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 지난 1월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주요 광고주 500곳이 트위터를 떠났고 일간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야카리노의 한 측근의 말을 빌어 “각 기업 대표들과 마케팅 임원들에게 야카리노가 잘 알려져 있다”며 “그는 머스크와 광고주 사이 분열된 관계에서 반창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