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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에르도안 턱밑까지 바싹 올라와…튀르키예, 결국 결선 간다

등록 2023-05-15 17:17수정 2023-05-16 02:33

친러냐, 친서방이냐…‘튀르키예 대선’ 박빙의 결선행
14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4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로 꼽혔던 14일 튀르키예 대선이 박빙의 승부 끝에 28일 결선을 치르게 됐다. 튀르키예의 ‘스트롱맨’이자 20년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득표율 49.4%(개표율 99%, 튀르키예 최고선거관리위원회)로 1위를 차지했고 야권 공동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44.96%로 뒤를 바싹 따라붙었다. 두 후보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했지만, 결선에선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선 후에도 ‘선거 불복’ 등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이벌은 왜 턱밑까지 쫓아왔나

5년 전인 2018년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52.5%를 얻어 2위 공화인민당 후보(30.7%)를 20%포인트 넘는 차이로 거뜬히 앞질렀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변했다. 경제 때문이다.

‘반에르도안’ 연대를 형성해 3월 초부터 야권 공동 후보가 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지난 12일 트위터에 영상을 올렸다. 가정집 부엌에서 식탁 위에 밀가루·통조림·토마토 등을 올려놓고 “오늘 당신이 어제보다 더 가난하다면, 그 유일한 이유는 에르도안”이라고 꼬집었다. 튀르키예 서민들의 삶을 압박하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모두가 하루하루 가난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높은 물가 상승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저금리를 유지했다. 일반적인 경제적 상식에 반하는 정책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튀르키예 연간 물가상승률은 85%까지 치솟았다. 대선 직전인 4월에도 43%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2월 초 무려 5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지진’이 겹쳤다. 튀르키예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해 피해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건물이 속절없이 무너진 것은 정부와 결탁한 건설업자들의 만연한 비리 때문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튀르키예를 오랫동안 통치해온 에르도안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이런 틈새를 타고 6개 정당이 연대한 야권 연합이 의회 민주주의와 권력 분산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며 “튀르키예를 독재 국가에서 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자 시민들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선거에 앞서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에르도안 대통령에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올웨이스 에르도안”(Always Erdoğan)을 외치는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으로 해석된다. 얄츤 이을드름(39·사업)은 15일 새벽 앙카라에 있는 정의개발당 본부 앞에서 확성기를 틀고 노래를 부르며 “아직 축하할 단계는 아니지만 에르도안은 이 나라 최고의 지도자다. 세계에서 튀르키예의 위상을 높였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5일 앙카라에 있는 정의개발당 당사 앞에서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5일 앙카라에 있는 정의개발당 당사 앞에서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대외정책은 어찌 될까

대외적으로도 이번 선거는 큰 이목을 끌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자 흑해를 끼고 우크라이나를 마주한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쌓아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실패로 끝났지만 지난해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평화협상을 중개했고, 지난해 7월엔 유엔과 함께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 활로를 재개하는 4자 곡물협정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미국·유럽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립 외교’를 펼치며 미국 등의 애를 태우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선에서 패하면 튀르키예의 외교 기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에르도안 대통령의 친러 기조를 비판하며 친서방 노선으로 전환을 예고했다. 그는 8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지금 (에르도안의) 외교정책이 튀르키예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부당하게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모든 종류의 정치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수석보좌관인 위날 체비쾨즈 공화인민당 의원도 “현 정부의 (서방과) 대립적인 스타일을 거부한다”며 “우리는 서방 국가들이 동지로 인식하는 튀르키예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튀르키예의 오랜 숙원이었던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서도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 약속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지난 3월 핀란드의 가입만을 승인했을 뿐, 스웨덴에 대해서는 계속 어깃장을 놓고 있다. 스웨덴이 튀르키예가 테러 집단으로 여기는 쿠르드노동자당(PKK)에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낙선하면 새 정부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1위를 차지하며 이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15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스탄불 정의개발당 본부 앞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펼침막을 차에 내걸고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5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스탄불 정의개발당 본부 앞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펼침막을 차에 내걸고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밀가루를 들어 올리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책을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밀가루를 들어 올리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책을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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