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의 장갑 차량들이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지역 근처에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가 4일 동부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거듭 예고됐던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발표가 가짜라고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적군이 이날 아침부터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 전선의 5개 구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전개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예비 병력 가운데 제23, 제31 기계화 대대가 다른 병력들의 지원을 받아 공격에 나섰다”며 “군사작전에 참여한 병력은 6개 기계화 대대와 2개 전차 대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군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우리 군대의 ‘동부군’이 숙련되고 능숙하게 대응한 결과, 적군은 군인 250명과 전차 16대, 보병 전투 차량 3대, 장갑 전투 차량 21대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친러시아 분리독립세력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관계자도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하루 사이에 5개 마을에 52번의 포격을 벌였다고 밝혀, 전투가 도네츠크주 남부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러시아군의 발표에 대해 “우리는 그런 정보가 없으며 그런 종류 가짜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주민들에게 자국군의 대반격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린 상태라, 대반격이 이미 시작됐어도 우크라이나 공식 발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에서 “(작전) 계획은 침묵을 좋아한다. 작전 개시 선언은 없을 것이다”라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무기) 몇가지를 더 받고 싶지만 몇달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오래 기다려온 반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병사들이 사망”할 수 있다고 각오하면서도 “우리가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대반격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350억달러(약 45조7천억원)가 넘는 막대한 군사 지원을 해온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대공세가 성공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반격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반격 작전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토를 탈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가능한 한 최대의 진전을 이뤄 협상 테이블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을 지원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 발언을 통해 미국이 이번 대반격을 통해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전장에서 완전히 패퇴시키는 ‘최종적 승리’가 아닌, 영토의 상당 부분을 회복해 향후 평화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한정된 승리’임을 알 수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공격이 집중된 지역은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2014년 3월 자국에 일방적으로 편입한 크림반도를 육지로 잇는 전략상의 요충지이다. 젤렌스키 대통령 등 핵심 당국자들이 여러 차례 밝혔듯 우크라이나가 최종적으로 크림반도까지 탈환하려면 이곳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이 제공한 지상전 무기로 무장한 부대를 대반격에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예측하는 분석 기사에서 이 작전은 독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기지에서 훈련받은 우크라이나군의 제47 독립기계화여단이 선봉에 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여단 병력은 지난 수개월간 훈련을 받으며 브래들리 장갑차 등 나토가 제공한 무기로 무장하고 나토 쪽의 최신 전법을 익혔다고 전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도 4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인터뷰에서 대규모 반격 공세와 관련해 “안타깝게도 F-16 없이 수행해야 한다. 지상의 모든 장비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도네츠크주 남부와 인접하지 않은 크림반도와 러시아 벨고로트주에 대한 드론 공격도 이어갔다. 도네츠크주 남부에 전력을 집중하며 러시아군의 병력 집중을 막기 위해 다른 지역에 대한 공격을 병행하는 작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기섭 선임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