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1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UPI 연합뉴스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외교 장관들이 18일(현지시각) 오후 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악화된 원인에 대한 팽팽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면서도 향후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 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 간의 안정적 소통 채널이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미 군용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오후 2시25분(현지시각)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에서 만나 5시간에 가까운 회담과 3시간에 가까운 업무 만찬 등 총 8시간 동안의 협의를 진행했다. 회담 뒤 미중은 각각 국무부 누리집과 외교부 누리집을 통해 회담 결과를 짤막하게 요약해 공개했다.
미 국무부는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자료를 통해 두 장관이 “솔직하고, 내용 있으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면서 블링컨 장관이 “외교의 중요성과 (양국 간의) 다양한 영역에서 오인과 오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통 채널을 열어 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언제나 미국인의 이익과 가치를 옹호할 것이며 자유롭고 열린 세계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탱하기 위한 우리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과 동반국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블링컨 장관이 양국 간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친 부장을 워싱턴으로 초대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두 장관이 상호 적절한 시간에 상호 방문 일정을 짜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갈등을 빚는 여러 현안에선 미국의 기본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향후 소통을 이어나가자는데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중국 외교부 역시 자료를 통해 비슷한 결론을 공개했다. 친 부장은 “현재 중·미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전제하면서 “(중국은) 미국 쪽이 중국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해를 견지하고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며 돌발적인 사건을 침착하고 전문적으로 합리적으로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양국 갈등의 핵심 중의 하나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의 핵심이고, 중·미 관계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고 지적했다”며 “중국은 미국 쪽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양쪽은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한 중요한 합의를 공동으로 이행하고 이견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대화와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만남을 통해 이어 양국이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고, 미·중 관계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중 외교 장관들이 여러 우여곡절 끝에 대면 회담을 마치고, 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함에 따라 미-중이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만들 수 있을까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회담에서 드러났듯 미-중은 양국 관계가 악화된 원인 등에 대해선 양보 없는 태도를 유지했지만, 서로 소통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외신들은 향후 미-중 관계의 분수령이 될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나는 다음 수개월 안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간의) 정당한 차이들과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할 영역이 있다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19일엔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만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지만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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