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에서 내각 회의를 열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비공식 핵합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개적으로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혀 이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8일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이란의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어떠한 잠정 합의에도 반대한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미니 합의’조차 우리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며, 우리는 미국에 이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우리는 원래 합의(2015년에 이뤄진 핵합의)에 반대한다. 우리의 원칙적 반대는 미국이 (2015년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복귀하지 않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발언은 미국과 이란 간의 비공식 핵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보도가 늘어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14일 미국과 이란은 오만을 통해 핵 문제에 관해 회담을 하고 있으며, 이란은 미국에 경제 제재 해제, 미국은 이란에 수감자 석방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도 같은 날 미국과 이란 사이 문서화하지 않는 비공식 핵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비공식 핵합의 조건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정도를 핵무기 제조 수준(90%)보다 낮은 60% 이하로 유지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한다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최장기 집권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이란이 핵합의를 하는 것에 매번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왔다.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체결할 때 격렬히 반대했고,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 합의에서 일방 탈퇴하자 이 결정을 강력히 지지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불만을 미국에 직접 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담했을 때, 두 나라는 이란의 핵합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채널 12 뉴스>, <하아레츠> 등 이스라엘 주요 매체들은 보도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안보 우위를 유지하도록 보장하고 대신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 간의 핵합의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이란이 가까워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중재로 이란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의지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전했다. 지난해 말 재집권 이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입지가 불안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에 성공하면 중요한 정치적 승리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직후인 올해 1월부터 사법부의 인사권을 축소하고 집권당이 법관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사법 정비안을 ‘사법 개혁안’의 이름으로 추진하다가 대규모 반대 시위 탓에 일단 멈춘 상태다. 이스라엘에서는 지금도 6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사법 정비안을 재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오늘날 대다수 국민은 사법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주에 만나 사법 시스템을 수정하라는 유권자들의 명령에 따라 신중한 방식으로 실질적인 조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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