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대통령이 주간 내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을 방문해 내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이스라엘 일간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은 복수의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처럼 보도했다. 최근 며칠 사이 양국 정부 실무진 사이 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접촉이 이뤄졌으며, 아직 방문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 중국 방문이 실현되면 2017년 3월 이후 6년 만이며, 시 주석뿐 아니라 다른 중국 지도부 주요 인사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다른 외교적 기회가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이스라엘 소식통은 설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가장 중요한 미국 동맹국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연정을 꾸려 재집권한 뒤,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는 악화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사법부 권한 축소를 뼈대로 한 사법 정비안 입법 추진에 반대해 이스라엘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자, 네타냐후 총리를 당분간 미국에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중국 방문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한 소식통은 “네타냐후 총리가 백악관의 초청이 오지 않는데도 가만히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여러 채널을 병행하고 있다”며 “중국은 최근 중동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총리가 중국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이스라엘은 중국의 도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진전시키려고 할 것이며, 이는 이스라엘에 사우디와 외교 정상화를 촉구해온 미국의 불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3월 중동의 앙숙 사우디와 이란을 중재해 양국 외교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 내는 외교적 성과를 냈다. 지난 14일에는 시 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적극 지원 의사를 표하는 등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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