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군사굴기’ 상징 로켓군 사령관 체포설, 전 부사령관은 사망

부패·기밀유출 의혹 등 분분

중국 인민해방군이 2019년 10월 처음 공개한 극초음속활동체를 탑재한 것으로 보이는 둥펑-17. 중국 인민해방군 제공

육·해·공군과 함께 5대군 중 하나인 중국 로켓군의 전·현직 최고위 장성들이 사망하거나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 세계를 당혹스럽게 한 친강 전 외교부장(장관)의 갑작스러운 해임과 함께 중국 국방·외교 라인에 돌발 사건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와 부사령관 류광빈 등이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기율감찰위원회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리 사령관은 지난 6월 회의 중에, 류 부사령관은 두 달여 앞선 지난 4월 체포돼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나 관영 언론은 이들의 체포·조사 소식을 확인하거나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홍콩·대만 등 중화권 언론에서 관련 소식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사령관과 부사령관이 잇따라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로켓군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군사굴기’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2015년 핵무기 운용 부대로 창설된 로켓군은 육군·해군·공군·전략지원군과 함께 중국의 5대군 중 하나로 간주된다. 시 주석은 2018년 중국 국방부장(장관)에 초대 로켓군 사령관인 웨이펑허를 임명하는 등 무게를 실어 왔다.

현직 로켓군 사령관의 체포 소식과 더불어 최근 숨진 전직 로켓군 부사령관의 사인을 놓고도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숨진 우궈화 전 로켓군 부사령관의 사인에 대해 대만의 한 매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가 극단적 선택이 아닌 지병으로 숨진 것이라고 반박 보도했지만, 해당 기사는 곧 삭제됐다.

최근 체포설이 제기된 리위차오 중국 로켓군 사령관. 바이두 갈무리

중국 로켓군에서 잇따라 발생한 이상 사태의 원인과 관련해 여러 추측이 쏟아진다. 우선 로켓군 고위장성들이 뇌물 수수 등 부패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사건과 관련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로켓군 고위 장성들은 승진하기 전에는 평판이 좋았지만, 베이징으로 이동한 뒤 변질돼 국방 관련 기업과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 등 중국 소식을 다루는 서방 매체 등도 이번 사건이 부패와 연결돼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밀 유출설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0월 미 공군대학 산하 중국우주항공연구소가 중국 로켓군과 관련한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내용이 매우 방대하고 구체적이었다. 255쪽 분량의 이 보고서엔 로켓군의 조직 구성, 주요 지휘관, 기지 위치, 미사일 종류 등이 총 망라돼 있었다. 중국 당국이 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주요 지휘관들의 기밀 유출 정황을 확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밀 유출설은 친강 전 외교부장의 해임 사건으로까지 연결된다. 미국에 유학중인 리위차오 사령관의 아들을 통해 중국 로켓군 관련 정보가 미국 쪽으로 새어나갔고, 이 과정에 주미 중국대사로 활동하던 친강 전 부장이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중국 인사들에 의해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로 뒷받침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