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탈레반 정권-중국, 자원 매개로 밀착…아프간 개혁 물꼬 틀까

등록 2023-08-01 06:00수정 2023-08-01 08:28

미군 철수 2년
7월28일 아프가니스탄 제2 도시 칸다하르에서 이슬람 시아파 최대 종교행사 ‘아슈라’가 진행되는 가운데, 아프간 집권 무장세력 탈레반 1명이 시민들의 행렬이 지나는 길목에서 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7월28일 아프가니스탄 제2 도시 칸다하르에서 이슬람 시아파 최대 종교행사 ‘아슈라’가 진행되는 가운데, 아프간 집권 무장세력 탈레반 1명이 시민들의 행렬이 지나는 길목에서 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은 산과 물이 서로 연결된 우호적 이웃 국가다. 국제와 지역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아프간 인민의 편에 설 것이다.”(친강 당시 중국 외교부장)

“아프간은 중국과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 (우리는) 일대일로의 틀 안에서 중국과 경제·무역, 인적 교류, 인프라 건설 등 협력을 희망한다.”(아미르 한 무타키 아프간 외교장관 대행)

지난 5월6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외교장관이 만났다. 2021년 8월 말 미군 철수와 함께 재집권한 탈레반 정권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음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중국은 2015년부터 파키스탄과 약 600억달러(약 78조원)에 이르는 대규모의 개발 협력 프로젝트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추진해 왔다. 중국이 주도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글로벌 경제벨트인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에 아프간이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며 두 나라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 국제사회 유일한 손길은 중국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재집권 뒤에도 여성의 권리를 억압하는 공포정치를 시행하는 탈레반 정권에 각종 제재를 가하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유일한 예외는 중국이다. 20년 동안 이어진 전쟁으로 황폐해진 아프간과 경제 협력을 추진하며 관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지정학적 이유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맞서려는 중국은 파키스탄과 경제협력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이 끝나면 중국은 내륙인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양으로 직접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예로부터 ‘강대국의 무덤’이라 불려온 지정학적 요충지인 아프간과 경제협력을 심화하면,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커지게 된다. 이를 염두에 둔 중국은 지난 4월 ‘아프간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발표해 미국의 대아프간 정책을 비난했다. 중국은 이 문서에서 “아프간 문제의 원인은 미국”이라고 미국의 책임을 직접 언급해 가며 “(아프간의) 해외 자산을 일방적으로 동결한 조처로 이 나라 사람들의 인도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6일 당시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오른쪽)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미르 한 무타키 아프간 외교장관 대행(왼쪽)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신화 연합뉴스
지난 5월6일 당시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오른쪽)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미르 한 무타키 아프간 외교장관 대행(왼쪽)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신화 연합뉴스

지난 2022년 3월24일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오른쪽)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도착해 아미르 한 무타키 아프간 외교장관 대행(왼쪽)과 인사하고 있다. 아프간 외교부
지난 2022년 3월24일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오른쪽)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도착해 아미르 한 무타키 아프간 외교장관 대행(왼쪽)과 인사하고 있다. 아프간 외교부

두번째 이유는 풍부한 자원이다. 아프간에는 22억t의 철광석, 1200만t의 구리,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다수의 희토류 광물이 매장돼 있다. 특히 ‘하얀 석유’라 불리며 전기차·휴대전화·노트북 등 각종 전자기기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리튬이 상당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세월 전쟁을 겪은 뒤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는 아프간에서 풍부한 광물 자원만이 유일한 자산인 상황이다.

아프간 광산석유부는 지난 1월 중국 기업과 25년에 걸친 장기 자원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탈레반 정권이 집권 1년6개월 만에 유치하는 데 성공한 대형 외국인 투자였다. 중국 신장중앙아시아석유가스사(CAPEIC)는 이 계약을 통해 아프간 북부 아무다리야강 유역에 위치한 아무다리야 유전(매장량 8700만배럴 추정)의 채굴 허가를 얻었다.

1월5일 수도 카불에서 개최된 기념행사엔 탈레반의 2인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부총리 대행과 왕위 주아프간 중국 대사가 참석했다. 바라다르는 “이번 계약에 따라 중국 기업은 아프간 북부 총 4500㎢에 달하는 지역에서 석유 채굴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3천명 이상의 주민들이 일자리를 얻게 된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프간은 이 계약으로 첫해에 1억5천만달러(약 1950억원), 향후 3년간 5억4천만달러를 투자받게 될 예정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중국 기업 고친은 4월 아프간의 리튬 개발에 100억달러(1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기업은 광물 개발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황무지’ 아프간에 인프라 건설도 약속했다. 리튬을 채굴하는 것만 아니라 가공까지 아프간 내에서 하겠다며 전력 생산을 위한 댐을 건설하고 도로포장도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샤하부딘 델라와르 아프간 광산석유부 장관 대행은 카불에서 고친의 관계자를 만난 뒤 “이번 투자로 12만개의 직접 일자리와 100만개의 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말했다.

중국은 과거 아프간에 세력을 뻗친 강대국들과 달리 군사보다 경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는 지난 7월18일 ‘중국과 아프간 그리고 친환경 광물 개발의 매력’이란 보고서를 내어 “탈레반은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태이지만, 광물 자원을 활용해 중국과 끈을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과의 리튬 거래는 아프간의 경제적 생존력을 높이는 데 절실히 필요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들은 이어 “미국이 중국의 아프간 투자를 방해해선 안 된다”며 “둘 사이 거래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 지역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리면 인류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한테도 아프간 투자가 탈레반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책임 있는 정부로 스스로를 개혁해 나갈 수 있는 유인책이 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의 저자 살림 알리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제 다각화를 위해 여성 억압적 규제들을 다수 철회한 사례에서 보듯, 아프간에서도 경제적 편의성이 공포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용실 폐쇄 명령이 내려진 아프가니스탄에서 24일 미용사들이 자신들이 운영해온 미용실 문을 닫고 있다. 로이터
미용실 폐쇄 명령이 내려진 아프가니스탄에서 24일 미용사들이 자신들이 운영해온 미용실 문을 닫고 있다. 로이터

■ 중국의 투자, 공수표 될 수도

하지만 중국과 경제 협력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아프간 내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중국인을 표적으로 하는 테러를 자행하며 양국 사이 긴장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지역 분파 ‘이슬람국가-호라산’(IS-K, 호라산)은 탈레반을 상대로 수십건의 테러를 벌이며 정권을 위협하는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에서 위구르족을 탄압하고 있다며 중국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중국 외교관과 기업인이 자주 찾는 카불의 한 호텔을 공격해 중국인 5명이 다쳤다.

중국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은 지난 1월 발생했다. ‘이슬람국가-호라산’은 1월11일 오후 4시께 카불 외교부 청사 인근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곳은 중국 대사관 등이 위치한 외교 중심가였다. 이 공격이 발생하기 직전 중국 대표단은 탈레반 외교부를 찾아가 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테러 직후 아프간에 머무는 자국민과 기업에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을 떠나라고 권고하며 “우리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아프간 정부가 중국을 포함해 각국 국민과 기관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월 카불의 테러 소식을 전하며 “이슬람 무장세력의 위협이 고조되며 아프간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대규모 광산 개발 프로젝트의 미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수년 전에 투자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금껏 큰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사업도 있다. 중국 최대 금속채굴 기업 ‘중국야금’(MCC)은 2007년 아프간 정부와 아이나크 광산에서 30년간 구리 채굴 계약을 체결했지만, 수년간 보안·물류, 주변에 위치한 고대 불교유적 보호 문제 등으로 인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은 지난 5월 “서류상 각서에 서명하는 것과 실제 투자가 실현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며 “중국은 이전 아프간 정부와도 많은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연됐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 기업의 투자가 아프간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지다. 이들은 “국제사회와의 파트너십과 지속적 개혁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투자가 그 자체로 아프간의 경제사회적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이란 가수,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항소 가능 1.

이란 가수,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항소 가능

“오~이건 큰 건이지” 트럼프, WHO 탈퇴 문서도 서명 2.

“오~이건 큰 건이지” 트럼프, WHO 탈퇴 문서도 서명

트럼프, 취임한 날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서명 3.

트럼프, 취임한 날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서명

트럼프 “근본 완전히 붕괴”…전 정권 비난으로 채운 취임사 4.

트럼프 “근본 완전히 붕괴”…전 정권 비난으로 채운 취임사

“멕시코만은 미국만, 파나마운하는 미국 소유”…‘미국 최우선’의 시작 5.

“멕시코만은 미국만, 파나마운하는 미국 소유”…‘미국 최우선’의 시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