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교회와 선교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라하이나는 팔 수 없습니다!”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사는 티아레 로렌스는 15일(현지시각) 엠에스엔비시(MS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지난 8일 마우리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이날까지 사망자는 99명까지 늘어났다. 100여년 만의 최악의 산불 참사를 경험한 생존자들은 마우이섬의 주택과 땅을 사겠다는 부동산 업자들의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애초 라하이나는 옛 하와이 왕국의 수도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이번 산불로 잿더미가 된 주택과 땅을 싼값에 사들이려는 투기꾼들이 생존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 (부동산 업자들 의 전화는) 완전히 역겹다”며 “제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때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이용하려고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삽시간에 번진 화재로 잿더미로 변한 하와이제도 마우이섬의 라하이나 시가지가 11일 폐허가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하이나/로이터 연합뉴스
하와이 당국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하와이 당국은 이날 “부동산 업자들이 산불로 재산 피해를 입고 재정적인 압박을 받는 생존자들에게 접근해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판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부동산과 관련한 원치 않는 연락을 받은 주택 소유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행위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가 슬퍼하고 재건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우리에게서 땅을 빼앗으려는 것은 희망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와이 당국은 지난 9일부터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 관광 목적의 방문을 자제해달라고도 요청해왔다.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호텔 방 등을 제공하고 산불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호텔 체인 힐튼 그룹의 상속자 패리스 힐튼도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돼 질타를 받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힐튼이 지난 8일 마우이섬에 도착해 12일 와일레아 지역에 있는 한 리조트 근처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포착해 지난 14일 보도했다. 힐튼이 있던 곳은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라하이나에서 약 48km 떨어진 곳이다. 또 이곳에서 8km 떨어진 남부 키헤이 지역은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이에 힐튼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데일리메일에 “힐튼이 구호 물품을 모아 대피소와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져다주고 있다”며 힐튼의 선행을 알리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까지 99명으로 집계됐다. 딘 크리스웰 연방재난관리청 국장은 “온도가 너무 뜨거워 수색견들이 오래 일할 수가 없다”고 수색 상황을 전했다. 아직 피해 지역 수색은 약 25% 진행돼 사망자 수는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