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중국 톈진의 비구이위안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걷고 있다. 톈진/로이터 연합뉴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 중국의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올해 상반기 9조원 가까운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은 회사가 창립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비구이위안은 30일 공시를 통해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한 2263억위안이었지만 비용이 73% 늘어 489억위안(약 8조9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총부채는 1조4천억위안으로 2022년 말과 변함이 없었다.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는 지난해 말 2713억위안에서 2579억위안(약 46조6천억원)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1087억위안은 12개월 이내에 만기가 도래한다.
비구이위안은 상반기 기록적인 손실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회사의 유동성이 판매와 자금 조달의 이중 긴축으로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들은 “향후 재무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특정 차입금에 대한 금융 계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금 흐름과 영업 실적 개선, 비용 절감, 채권자와의 대화를 포함한 기타 계획 및 조치를 고려할 때 향후 12개월 동안 재정적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14일부터 위안화 표시 회사채 6종을 포함한 회사채 9종과 사모채권 1종 등 모두 11종의 채권 거래 중단 사태에 직면해 있다. 비구이위안은 부채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채권 투자자 및 은행과 계속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은 나아가 신주 발행을 통해 2억7천만홍콩달러(약 455억원)를 조달한다고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금액은 대출금 상환에 쓰일 예정으로 이를 통해 회사 재정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비구이위안이 아파트 건설 등을 위해 구입해 보유한 토지 사용권 등 부동산 가치는 8436억위안(약 15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수 있어 향후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재무 상황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
중국 부동산은 1980년대 시작된 개혁·개방 이후 약 40년 동안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끈 견인차였으나, 시장 과열과 빈부 격차 확대 같은 문제점을 낳았다. 2020년 중국 당국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와 3년 동안 진행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동산 시장 위기가 표면화됐다. 2021년 대형 부동산 업체 헝다가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졌고 최근엔 또 다른 대형 업체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뒤 급격히 회복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중국 경제는 부동산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1일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6월 49, 전달 49.3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 이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 대상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구매관리자지수는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각각 의미한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4월 49.2를 기록하며 50 밑으로 떨어진 뒤 5개월 연속 50 위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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