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북-러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역의 모습.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때 유엔의 대북 제재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양국 간에 “민감한 영역”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지만, 이를 공개하진 않겠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며칠 내에 북-러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북한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국영 타스 통신이 12일 전했다. 유엔은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2017년 12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친 대북 경제제재를 결의한 바 있다.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의사국으로 이 제제에 모두 동의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정상회담과 함께 “김 위원장을 위한 공식 만찬도 마련될 것이다. 기자회견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양국 정상회담이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동방경제포럼 회의장 밖에서 별도로 정상회담을 할 것이란 의미다.
미국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해 2월 말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 미 당국자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 거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 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런 미국의 경고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 사이 관계에서 우리 두 나라의 이익은 중요하며, 미국의 경고가 아니라 우리 두 나라의 이익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양국이 “민감한 영역”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며 “먼저 양국 관계, 양국 협력 및 무역·경제 연대, 문화 교류가 논의될 것이다. 국제 및 지역 상황에 대한 풍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물론 우리는 이웃 국가로서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이는 어떤 공개나 발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북-러 정상이 논의하는 ‘민감한 영역’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치명적인 핵·미사일·핵잠수함 제조기술을 북한에 전수하는 문제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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