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6.8의 강진이 휩쓴 모로코 탈라트은야쿱 지역에서 한 생존자가 지진 잔해에서 베개를 집어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모로코 정부가 외국 구호단체들의 현장 접근을 막는 등 지진 대응에 미흡한 대응을 보이자 도움의 손길을 뻗친 이들이 좌절감을 쏟아냈다. 보다 못한 현지인들은 구호품을 들고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은 모로코 정부의 초청을 받지 못한 일부 구호단체들이 지진 현장에 달려갈 수 없는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비정부기구 ‘국경 없는 구조대원들’(SSF) 설립자 아르노 프레스는 “(모로코에 와도 된다는) 청신호는 결코 오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위해 일년 내내 훈련하는 팀원들이 현장에 가지 못하고 자신의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비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로코가 자신들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와 정치적 긴장 관계 때문에 구조팀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의 글로벌 운영 책임자인 캐럴라인 홀트도 “모로코 정부가 개방에 신중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지진 발생 닷새째인 12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사망자가 2901명, 부상자가 553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당일인 8일 밤 프랑스의 호화 저택에 머물다 이튿날 귀국한 모하메드(무함마드) 6세 국왕은 이날 저녁 마라케시의 한 병원을 방문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며 국민들의 원성을 달래려 했다. 국왕은 직접 헌혈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국왕의 승인을 받아 움직이는 모로코 행정부는 사실상 마비 상태라며 “그의 삶과 세부 행적은 상당 부분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이번 지진으로 그의 행동이 주목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진이 휩쓴 모로코 알하우즈주에 위치한 구호단체 임시 천막에 12일 생존자들에게 지급될 구호물품들이 나열돼 있다. 신화 연합뉴스
모로코 시민들은 직접 구호품을 들고 지진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가디언은 12일 모로코 중부 도시 마라케시에서 지진 현장을 거쳐 남서부 항구도시 아가디르를 잇는 10번 국도에 구호 차량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도로는 고립된 지진 현장으로 가는 몇 안 되는 통로이다. 신문은 이날 도로에서 “지진 피해자를 위해 음식, 옷, 모금한 돈을 가지고 왔다. 온종일 운전해서 왔다”고 말하는 같은 축구팀 소속 16명의 젊은이들과 만났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