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저장성 닝보에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 닝보/AFP 연합뉴스
심각한 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이 2011년부터 검토해 온 부동산세 도입을 또 연기했다. 자산 격차를 줄이는 방편으로 추진돼 온 부동산세 도입이 또 미뤄지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 같이 잘 살자’며 내놓은 핵심 과제인 공동부유의 실현도 늦춰지게 됐다.
20일 중국 경제지 경제관찰보 등 보도를 보면, 중국 입법기구인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7일 공개한 입법 계획에 ‘조건이 성숙해 임기 내 추진할 법안’ 79건, ‘조건이 성숙할 경우 추진할 법안’ 51건 등을 발표했지만 이 안에 부동산세 관련 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제관찰보는 “14기 전인대 상무위의 입법계획에 부동산세 법안이 빠졌다는 것은, 향후 5년 안에 부동산세 법안이 심의를 위해 제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14기 전인대는 올해 3월 구성돼, 향후 5년간 유지된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세 도입을 당분간 검토하지 않기로 한 것은 최근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매우 나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오래 지속된 부동산 과잉 투자와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2021년부터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 상태를 겪고 있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컨추리가든) 등 초대형 개발 업체인들이 부도 위기를 겪고 있고, 많은 지역의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금리 인하, 주택 구매 제한 완화 등 다양한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데, 부동산세 도입은 주택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등 부양책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간주돼 왔다.
중국은 부동산을 거래할 때 세금을 내지만 한국의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이 없다. 과거 국가가 토지와 주택을 소유했기 때문인데, 1990년대 후반부터 주택 소유권이 국가에서 민간으로 넘어왔음에도 여전히 보유세가 존재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2011년부터 상하이와 충칭에서 부동산세가 시범 시행되는 등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면적인 실행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세 도입이 늦춰지면서 시진핑 주석의 핵심 안건 중 하나인 ‘공동부유’의 실현도 한발 늦어지게 됐다. 시 주석은 집권 2기 시작점인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 때 “불균형하고 불평등한 발전의 차이”를 중국의 주요 모순으로 규정하고, 공동부유 실현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이듬해 3월에는 정부 공작보고를 통해 2011년부터 추진해 온 부동산세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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