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지난 5월 말 한국에게 이른바 ‘4대 불가’ 방침을 통보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보였던 중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카드’까지 던지며 한국 챙기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미·일 쪽으로 더 치우치지 않도록 관계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이뤄진 이번 한덕수 총리와의 회담에서 2014년을 끝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시 주석의 ‘방한’ 문제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개최에 대해 관련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한국이 적극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도 “적절한 시기에 개최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때 보인 떨떠름한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양국 관계는 이후에도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말 미국 국빈 방문에 앞서 로이터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양안 관계를 남북 문제에 빗대는 등 한-중 관계의 기초가 되는 ‘하나의 중국’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 한층 더 악화됐다. 그러자 중국은 지난 5월 외교부 아시아 담당 국장을 보내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고, 지금처럼 친미·친일 일변도 외교 정책으로 나아가면 양국 협력이 불가하다는 ‘4대 불가’ 방침을 전했다. 이때 지금 상황에선 시 주석의 방한이 어렵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의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정상이 3국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이후이다. 미국을 상대로 ‘올인 외교’를 하는 윤석열 정부를 더 이상 윽박지르는 게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쪽으로 방침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로 일본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한국과도 갈등하는 게 현명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수도 있다.
좀 더 시야를 넓게 보면 중국은 미국의 강경한 대중 봉쇄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방위 외교를 통해 외교·경제적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시 주석은 22일엔 시리아의 학살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도 만나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 주석의 태도가 마냥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 총리와의 회담 뒤에 중국 외교부가 낸 자료를 보면, 시 주석은 “한국이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길 바란다”고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 자료엔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 언급도 담기지 않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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