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그의 아내 아크샤타 무르티가 4일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한 회의장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에서 연설 후 관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에이피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담배를 살 수 있는 나이를 해마다 한 살씩 높여 미래 세대를 ‘비흡연 세대’로 만들자는 법안을 제출한다. 지난해 뉴질랜드가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영국도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4일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맨체스터의 한 회의장에서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에서 이런 내용의 계획을 내놨다. 수낵 총리는 “아이들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려면 애초에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2009년 1월 이후 출생한 14살 이하는 성인이 돼도 법적으로 담배를 구매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낵 정부는 담배 구매 가능 연령을 현행 18살에서 해마다 1살씩 올려 젊은이들의 흡연이 단계적으로 사라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이용이 급증하는 전자담배 판매 제한도 검토할 계획이다. 수낵 총리는 이 법안을 곧 영국 의회에서 표결에 부칠 것이라 밝혔다. 수낵 정부는 이 계획으로 2075년까지 영국 흡연 인구가 최대 170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낵 총리는 흡연자 5명 중 4명이 20살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나중에 대다수가 금연을 시도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미 중독되어 금연에 실패하며 애초에 습관을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면 사망과 질병의 원인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전체 인구의 약 13%인 약 640만명이 흡연 인구이며, 영국인 암 발생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흡연이 지목되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170억 파운드(206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날 영국 의료계와 보건 전문가들, 금연 운동 단체 등은 수낵 정부의 제안을 일제히 환영했다. 영국 암연구센터 대표 미셸 미첼은 성명을 내어 “담배 구매 가능 연령을 높이는 것은 최초의 ‘비흡연 세대’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영국에 앞서 지난해 뉴질랜드 의회는 2009년 1월1일 이후에 태어난 이들이 평생 담배를 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을 통과시켰다. 뉴질랜드와 영국의 정책은 세계적으로 가장 적극적인 금연 정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흡연자 단체와 담배 업계는 반발했다. 흡연자 단체 ‘포레스트’의 사이먼 클라크 이사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해외 등 불법 경로를 통해 담배를 구매할 것”이라며 “투표하고, 세금을 내고, 운전하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로 간주되는 성인들은 어린아이 취급을 받으며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이들이 합법적으로 구매하는 제품(담배)을 구매할 권리마저 박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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