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하마스에 붙잡혀 가자지구에 억류됐다 23일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 요체베드 리프시츠(85)가 풀려난 뒤 텔아비브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혔다가 약 보름 만에 풀려난 이스라엘 여성 요체베드 리프시츠(85)가 “지옥에 갔다 왔다”고 말했다.
리프시츠는 풀려난 다음 날인 2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이치로프 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지옥에 갔었다. 우리가 전엔 알지 못했고 경험하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지옥이었다”며 약 보름에 걸쳤던 억류 기간을 회상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 이스라엘 남부 니르 오즈 키부츠에서 남편과 함께 납치됐다가, 지난 23일 또다른 여성 누릿 쿠퍼 (79)와 함께 풀려났다.
그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휠체어를 탄 채 작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했다. 딸이 옆에서 그의 말을 통역해 영어로 전달하는 것을 도왔다. 그는 “그들(하마스)은 나를 오토바이에 태워 끌고 갔으며, 이동 중에는 막대기로 갈비뼈 부분을 때렸다”고 피랍 당시 상황을 말했다. “그들은 젊든 늙든 상관없이 데려갔다”며 아동과 노인, 여성 등 많은 이들과 함께 끌려갔다고 말했다. 그를 오토바이에 태운 하마스 대원은 전기 철조망을 뚫고 사막을 지나 가자지구 내로 들어갔다. 이후 그가 차고 있던 시계와 장신구 등을 풀어놓도록 하고, 지하 터널까지 걷도록 했다고 말했다.
“터널로 들어간 뒤 젖은 땅을 몇 킬로미터 걸었다. 마치 거미줄 같이 여러 길이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터널이었다. 매우 습했다”고 말했다. 한참 걷자 넓은 공간이 나왔고, 다른 인질 25명이 이미 있었다고 말했다. 인질들은 두세 시간 뒤 다시 흩어졌으며, 그도 다른 인질 4명과 함께 다른 공간으로 옮겨졌다. 그는 “이후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의사의 진료도 받게 해주고 먹을 것도 줬다. 감염병 등을 막기 위해 위생도 신경 써줬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 대원들이 피타(납작빵), 치즈, 오이 등으로 식사를 했고 인질들에게도 같은 음식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이틀 또는 사흘 간격으로 찾아와 항생제 등 약을 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정치를 제외한 다양한 이야기로 인질들과 대화하길 원했고 친근하게 대했다고 한다. 그를 감시한 하마스 대원은 “나는 쿠란을 믿는 사람이며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사전에 정보를 포착하지 못해 이런 피해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신베트가 하마스의 계획을 알지 못해 우리가 크게 상처를 받았다. 우리는 희생양이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이집트와 접경한 라파흐 검문소에서 풀려날 당시 총을 든 하마스 대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한 뒤 히브리어로 “샬롬”이라고 말했다. “샬롬”은 히브리어로 “안녕하세요” “잘 가세요” 같은 인사말로 “평화”라는 뜻도 있다. 왜 악수를 청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의 딸이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답했다.
리프시츠 부부는 키부츠 니르 오즈의 설립자 가운데 하나로 평화 운동가로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남편인 오데드 리프스츠는 가자지구의 환자들이 이스라엘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고 가족들이 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하마스는 여전히 200명 이상 인질을 억류 중이며 그의 남편은 오데드도 아직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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