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인 인질들이 풀려나 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내 전투 중지가 7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하마스가 휴전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이스라엘인 인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투 중지 기간 연장이 어려워진다.
영국 비비시(BBC)는 30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에 따라 휴전 7일째 이스라엘 인질 8명(여성 6명·어린이 남매 2명)이 추가 석방됐다”며 “(그에 따라) 이스라엘도 자국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을 풀어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투 중지 기간이 하루 늘어날 때마다 이스라엘인 인질 10명과 이스라엘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을 맞교환하기로 했는데, 이날 하마스가 풀어준 이스라엘인은 8명이었다. 하마스가 여성·어린이 인질이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이날 석방된 인질들은 6명, 2명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풀려났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맞교환에 필요한 인질 수를 한 번에 확보하기 어려워, 여러 곳에 분산된 인질들을 모아 10명을 채우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까스로 합의한 7일째 전투 중지 협상을 둘러싼 뒷얘기를 들어보면, 이같은 정황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시엔엔(CNN)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여성과 어린이로 구성된 이스라엘 인질 10의 명단을 제때 제출하지 못했다. 하마스는 이후 여성·어린이 생존자 10명이 아닌 7명과 이미 사망한 인질 3명의 주검을 포함해 10명의 명단을 내놨다. 이스라엘이 애초 약속한 협상조건과 맞지 않는다며 이를 여러 차례 거부하자, 하마스는 “여성과 어린이 인질을 더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시엔엔이 전했다.
협상 마감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번엔 하마스가 여성·어린이 7명과 남성 노인 3명을 석방 대상으로 제시했지만 이스라엘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마스는 결국 이스라엘 인질 8명 명단을 내놓은 뒤, 나머지 두 명은 하루 전 맞교환 대상과 상관없이 풀어줬던 이스라엘-러시아 이중 국적자 두명을 이스라엘 인질에 포함시키는 ‘편법’을 동원해 10명을 채웠다. 이스라엘도 전투 중지 연장을 위해 이 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양쪽은 협상 종료 시각을 10분여 남기고, 가까스로 합의를 끝냈다.
앞서 현지 협상 전문가들은 전투 중지 기간이 1차 연장(5∼6일차) 됐을 때부터 8일 이상으로 기간이 늘어나면, 하마스가 여성·어린이 인질을 필요한 만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왔다. 시엔엔은 “협상가들은 휴전이 8일째로 연장되는 과정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짚었다.
하마스에 석방할 인질들이 남아있지 않을 경우 2일 오전 7시(한국시각 오후 2시)부터 전투가 재개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인질 협상 단계가 끝나면 다시 전투가 재개되냐’는 질문에 “대답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마스가 전투 중지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여성·어린이 뿐 아니라 이스라엘 군인 등 남성도 석방 대상에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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