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길을 걷고 있다. 에이피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7일간 전투 중지와 인질 협상 합의가 더 이상 연장되지 못하고 종료됐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 다수가 피난해있는 남부까지 공격해 민간인 희생이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일 오전 7시(현지시각, 한국시각 오후 2시) 성명을 내어 “하마스가 전투 중지(합의)를 위반했다. 나아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포격을 했다”면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대상으로 전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교전 중지 만료 시각을 한 시간여 앞두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남부 도시 스데로트로 로켓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방공 시스템을 이용해 곧바로 로켓을 요격했으며,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일주일간 비교적 평온했던 상태를 깨뜨렸으며, 이날 교전 중지 만료 시각까지 더 이상의 추가 인질 명단도 이스라엘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이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은 하지 않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전투 재개 선언으로 지난달 24일부터 7일째 이어졌던 임시 휴전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엔엔(CNN)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투 중지는 이날 만료된 것으로 보이며, 인질 협상을 더 연장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료 시각 두 시간 전만 해도 임시 휴전이 연장될 것이란 전망도 일부 있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집트 관료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임시 휴전이 하루 연장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이스라엘·카타르·이집트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스라엘군의 전투 재개 성명이 발표됐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들은 그동안 하마스와 전투 중지 기간을 연장하지 말고 전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타마르 벤그리르 국가안보장관은 30일 자신이 속한 정당인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가 발표한 성명에서 “하마스는 한 손으로는 휴전에 서명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테러리스트를 보내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 7시50분께 예루살렘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2명의 무장대원이 이스라엘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쏴 최소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를 하마스의 소행으로 보고 곧바로 반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벤그비르 장관은 하마스와의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달 22일부터 전투 중단에 반대해왔고, 28일엔 이스라엘군이 전투를 재개하지 않으면 네타냐후 총리와의 연정을 파기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네타냐후 내각의 또 다른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하마스의 예루살렘 공격은 이스라엘이 모든 전선에서 전쟁 중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쉬지 말 것”을 촉구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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