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IDF)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속옷 차림으로 만들어 눈을 가린채 무릎을 꿇리는 모습의 사진과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유포돼 인권 유린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미국 시엔엔(CNN)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에서 속옷만 입은 수십 명의 남성들을 구금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유포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사진 속 남성의 가족 또는 동료로 확인된 이들의 말을 통해 사진 속 남성 상당수가 민간인이라고 보도했다. 사진 속 한 남성의 친척과 고용주라고 밝힌 이는 이 방송에 “남성들 중 일부는 무장단체와 관련 없는 민간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게시물에서 언급된 촬영 장소는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리지 않았다. 시엔엔은 일부 사진이 가자시티 북쪽 베이트 라히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게재된 한 영상은 “오늘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이 10대를 포함한 남성들을 집단으로 체포해 속옷까지 벗기고 구금하고 트럭에 태웠다”는 글과 함께 유통됐다.
일부 사진들에선 속옷만 입은 수십명의 남성들이 붉은 천으로 눈이 가려진 채 황무지 벌판에 줄이어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또다른 사진에선 군용 트럭에 태워져 어딘가로 이송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국제인권단체 ‘유럽-지중해 인권 모니터’는 하루 전인 7일 누리집에 성명을 내어 관련 사진을 게재한 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 마을의 대피소 두 곳을 며칠간 포위하고 민간인 남성들을 구타하고 옷을 벗겼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운영 학교인 칼리파 빈 자예드 학교와 뉴알레포 학교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십명을 무작위로 체포하고 학대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한 목격자는 옷을 벗으라는 이스라엘군의 굴욕적인 명령에 따르기를 거부한 이들 중 최소 7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유엔(UN)이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인권 침해에 대해 긴급 조사를 개시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할 것을 단체는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이 하마스 대원으로 의심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사진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스라엘군이 지상 작전 중 체포한 많은 포로, 즉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의 사진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들이 이스라엘군에 투항한 팔레스타인 남성들로, 하마스 대원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가자지구의 수많은 테러 용의자들이 이스라엘군에 투항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공개됐다”며 보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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