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지난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난민 캠프를 공습한 뒤 주민들이 파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여성을 구출하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수뇌부가 숨어있다고 보고 칸 유니스에 공습을 퍼붓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자지구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무차별하게 이뤄져 전례 없는 민간인 피해를 낳고 있다는 이스라엘 쪽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길 레비 열린 이스라엘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9일(현지시각) 자국 유력 일간지 하레츠를 통해 공개한 분석에서 최근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전쟁 시작 직후부터 3주 동안 진행한 ‘철의 검’ 작전에서 사망한 이들 6747명 가운데 민간인이 4595명으로 그 비중이 6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 비율 전체를 놓고 볼 때 “전례 없는” 수준이다.
분석에 따르면, 2012∼2022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들 중 민간인 비율은 대체로 약 40%를 웃돈다. 2012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상대로 8일 동안 실시한 ‘방어의 기둥’ 작전에서는 사망자 169명 가운데 민간인이 68명(40%)이었다. 2021년 ‘장벽의 수호자’ 작전에서는 236명 사망자 중 95명(40%), 이듬해 작전에서는 사망자 38명 중 16명(42%)이 민간인이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20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벌어진 여러 분쟁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 비율(약 50%) 전체와 비교하더라도 눈에 띄게 높다.
이 분석은 이스라엘군이 9일 북부 가자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공고히 하려고 북부 가자의 주요 도시 가자시티 동부의 주거지인 세자이야와 이집트와 맞닿은 국경 지대인 라파흐를 공격한 날 나왔다.
레비 교수는 “광범위한 민간인 학살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약화시키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이라면서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을 잃은 가자지구 주민들은 어떤 안보 체계로도 견딜 수 없는 보복을 추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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