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오인 사격으로 살해되기 전까지 3명의 인질이 은신해 있던 가자지구 북부 건물에서 발견된 인질들의 표식. 히브리어로 “살려주세요, 인질 3명”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건물 벽에 걸려 있는 모습. 이스라엘군이 17일 이 화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인질들이 남은 음식을 짜내 이 메시지를 썼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5일 세 명의 자국 인질을 오인 사살한 뒤 국내외적으로 거센 휴전 요구에 직면해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석방 인질 대상을 정하는 새 협상에 나설 뜻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17일 두명의 이집트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새로운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에 열려 있지만, 실행 방법에 대해 서로 이견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하마스는 다음 인질 석방 대상을 본인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이스라엘군이 미리 설정된 선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시적인 전투 중지가 아닌 ‘완전한 휴전’을 손에 넣겠다는 것이다. 하마스 당국자인 사미 아부 주리는 로이터에 “우리는 이스라엘의 침략을 끝내기 위한 어떤 노력에도 열려있다”며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은 두번째 조건인 철수는 거부하면서도 첫번째 조건인 하마스가 명단을 구성하는 것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한 휴전이 아닌 지난 7일(지난달 24일~1일) 동안 이뤄진 일시적 전투중지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전투 중지 시기와 기간이 결정되기 전 하마스가 설정한 인질 명단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르네아 국장은 지난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지시를 받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위해 카타르 총리와 면담했다. 카타르와 이스라엘이 협상 재개를 위해 대화하고 있다는 보도는 꾸준히 이어졌지만, 양국 간 만남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세 명의 자국 인질을 오인 사살한 것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과 휴전 요구가 강해지자 노르웨이에 바르네아 국장을 파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스라엘군은 17일 가자 북부 에레즈 국경 인근에서 4㎞ 규모의 터널을 공개하며 전투 성과를 자랑했다. 터널은 지하 50m까지 내려가며 차량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너비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 터널 건설에 “수십명의 테러리스트 팀(하마스 대원)이 참여했다”며 하마스 기술자들이 터널을 건설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터널의 폭을 볼 때 이 터널은 가자지구 국경 지역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차량 공습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쟁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 위치한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한 첫 구호물자 반입이 이뤄졌다.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흐 국경과도 가까운 케렘 샬롬은 가자지구로 가는 화물의 주요 통로였으나 전쟁 이후 폐쇄된 바 있다. 이집트 적신월사쪽 관계자는 이날 가자지구로 들어간 트럭이 총 79대로 목격됐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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