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이’가 연대보증을 선 노숙인 등이 편하게 모여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든 카페의 한쪽 벽에 홀로 살다 숨져 모야이가 장례를 치러준 이들의 얼굴 사진이 걸려 있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 창간 28돌 기획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일본은 보증인 있어야 임차 가능
민간심사 탈락자들 발길 줄이어
16년간 2400가구 보증 자립 도와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일본은 보증인 있어야 임차 가능
민간심사 탈락자들 발길 줄이어
16년간 2400가구 보증 자립 도와
일본에선 보증인이 있어야 집을 빌릴 수 있다. 집이 비었어도 집주인이 저소득층은 잘 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주소가 없으면 입사원서를 쓸 수 없고, 당연히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다. ‘자립생활 서포트센터 모야이’는 모은 돈이 있어도 연대보증인을 못 구해 주소지를 얻기 힘든 노숙인들의 연대보증을 서며 이들의 자립을 돕는 비영리법인(NPO)이다.
지난달 20일 도쿄 신주쿠구 신오가와마치의 ‘모야이’ 사무실에서 만난 오니시 렌(29) 이사장은 2010년 공원에서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를 하다가 젊은이와 여성, 장애인들이 길게 줄 선 모습에 충격을 받아 ‘빈곤’ 문제에 눈을 떴다고 했다. 그러다 2014년 이 단체의 2대 이사장까지 맡게 됐다. 그는 “1990년대 후반 공원에 노숙인들이 크게 늘자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도록 쫓아내기 시작했고, 노숙자 지원단체들은 이런 비인도적 조치에 항의해 싸웠다”며 “이후 노숙인들이 일자리를 찾고 아파트에 입주해 자립하도록 지원하려 했는데 연대보증인을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보증을 서기 위해 2001년 ‘모야이’가 태어났다는 얘기다. 이후 지금까지 연인원 기준으로 2400가구의 연대보증을 섰다고 한다.
처음에는 주로 노년층 노숙인의 연대보증을 섰으나 가정폭력 피해 여성, 외국인 이주노동자, 저소득층 장애인 등 다른 이들에게까지 보증 대상이 확대됐다. 현재 유효한 보증계약을 맺고 있는 가구는 750여가구다. 그런데 일부 사람은 그냥 사라져버리고, 때론 숨지기도 한다. 오니시 렌 이사장은 “20가구를 지원하면 19가구는 정착해서 잘 생활한다. 사라져 버리는 한 가구가 문제”라며 “적자 상태인데, 많은 분들이 기부를 해줘 16년 동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임대계약 때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두달치 정도 임대료를 미리 내야 하고,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줘 고맙다는 사례비도 건네야 한다. 오니시 이사장은 “대학 졸업 뒤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받는 급여가 20만엔 정도인데, 임대계약을 할 때 초기비용이 도쿄의 경우 20만~30만엔 정도”라며 “아파트에 들어간 노숙자가 사라졌을 때 우리는 계약 당사자와 똑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모야이에 젊은층의 발길이 더 잦아지고 있다. 한해 3천명 가까이 상담하는데 30% 정도가 20~30대 젊은이다. 상담자 4명 가운데 1명은 여성이다. 민간의 연대보증 회사들도 있지만 보증료가 비싸기도 하거니와 이들 회사는 장애와 정신질환, 부채, 전과 등이 있으면 보증을 서지 않는다. 심사에서 탈락한 이들이 모야이를 찾는다. 오니시 이사장은 “사는 곳, 주소가 없다는 건 일자리도 찾을 수 없고 사회의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라며 “더 이상 부탁할 데가 없어 모야이를 찾아왔다가 우리가 보증을 서겠다고 하면 굉장히 기뻐한다”고 말했다. 연대보증인 구실을 하기 위해 설립된 모야이는 빈곤문제 전반으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
도쿄/글·사진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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