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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외신 “역사적 악수” “평화의 희망” 평창 개막식 타전

등록 2018-02-09 16:12수정 2018-02-10 00:38

미 언론, 펜스 부통령 ‘리셉션 외교 결례’와 달리 큰 의미 부여
WP “한반도 긴장완화 환영 못하는 한 사람은 펜스” 꼬집기도
NYT “서울 올림픽 뒤 냉전 종식처럼 터닝 포인트 될 수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소개한 미 <시엔엔>(CNN) 기사. 사진출처: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소개한 미 <시엔엔>(CNN) 기사. 사진출처: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평화의 희망을 제공하는 남북 단일팀과 함께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뉴욕타임스)

“두 코리아 간의 따뜻한 제스처와 눈부신 광경 속에 올림픽이 시작됐다.”(워싱턴포스트)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역사적인 악수”(시엔엔)

미국 주요 언론이 9일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식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남북 단일팀이 한반도 깃발 아래 공동입장 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연출한 ‘역사적 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이날 개막식 사전 환영 리셉션 만찬에 불참하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악수를 회피하는 등 ‘외교적 돌출 행동’을 통해 남북 화해 분위기에 노골적 불만을 드러낸 것과 상반되는 태도다. <워싱턴포스트>는 남북한 공동입장과 한반도기, 단일 복장, 아리랑 등을 상세히 소개한 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지 못하는 한 사람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었다”며 “귀빈석의 다른 사람들이 남북을 응원하려고 기립한 반면, 펜스와 아내 카렌 펜스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제23회 겨울 올림픽 개막식이 금요일 몹시 추운 날씨와 진취적 기상 속에 펼쳐졌다”며 “두 나라 사이의 요새같은 국경에서 50마일(약 80㎞)도 안 떨어진 두 코리아의 선수들이 경기장을 함께 행진했고, 핵 충돌의 공포를 고조시키는 긴장과 지정학적 교착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희망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어 “남북 선수단이 하나의 깃발 아래 행진하면서 역사와 이념에 의해 나뉘어진 반도에 희망을 상징했다”고 덧붙였다.

개막식에서 북한 지도자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온 펜스 부통령, 그리고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와 멀지 않은 자리에 앉았다는 점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신문은 특히 평창 올림픽을 남북 관계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해 준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과 비교해가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의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남북 관계가 서울 올림픽으로 인해 경제적·정치적·문화적으로 극적인 변화를 맞았으며, 정치적 이유로 모스크바와 로스앤젤러스에서 열린 두 대회를 보이콧 했던 나라들이 서울 대회에 모두 참가한 이듬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곧이어 옛 소련 연방이 해체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울 올림픽 개막식 총괄기획을 맡았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이 신문에 “어떤 의미에서 냉전은 상징적으로 서울 올림픽과 함께 끝났다”며 “평창 올림픽은, 매우 놀라운 방법으로, 서울 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소개한 미국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소개한 미국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개막식 시작 전부터 각국 외신들은 “춥고 다채롭고 드라마틱하고 위험하고 흥미롭고 감동적인 올림픽이 될 것”(시엔엔)이라는 등 매우 흥미진진한 올림픽이 되리라 전망했다. 스포츠 제전 본연의 의미는 물론 북한 핵·미사일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과, 역사상 처음 국가가 아닌 선수단 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들의 성적 및 추운 날씨 등 다양한 요소들을 주목해 볼만한 이례적인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컬링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경기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신의 주된 관심은 일단 남북한과 미국이 평창에서 보여줄 ‘올림픽 외교’에 쏠리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날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이미 남북한의 관계가 올림픽 서사를 지배하고 있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평양의 작은 승리”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아버지와 할아버지보다 더욱 활발하게 스포츠를 선전도구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송은 이어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평창 방문은 “북이 남과의 관계를 기꺼이 개선하겠다는 함의일 수 있다”며 “평창 올림픽이 양쪽에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각별한 이니셔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랑스의 <프랑스 24> 방송도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의 여행은 올림픽으로 인해 추진된 ‘투 코리아’ 화해의 외교적 정점”이며 “‘평화 올림픽’을 밀어붙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양의 핵 야망 포기를 설득할 대화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엔엔> 방송은 냉랭한 북미 관계와 훈훈한 남북 관계를 대비해 평창 소식을 전했다. 방송은 “공개적으로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 받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이 참석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껄끄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여정이 미 재무부 제재 대상이라는 점과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만났다는 점도 소개했다.

평창 올림픽 소식을 전한 영국 일간 <가디언> 기사. 사진출처: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평창 올림픽 소식을 전한 영국 일간 <가디언> 기사. 사진출처: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워싱턴 포스트>는 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8일 서울에서 열린 회동을 통해 북한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노출한 점을 우려하는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의 칼럼을 게재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펜스 부통령은 압박을 각각 강조한 점을 언급한 것이다. 로긴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미국과 한국간 손상된 관계가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0년 도쿄 여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국이기도한 일본의 언론은 자국 선수단의 활약에 큰 기대를 보이며 대대적으로 평창 올림픽 보도를 하고 있다. 반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아베 신조 정권의 기조에 발 맞추기라도 하듯,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남북 대화 분위기를 ‘경계’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은 9일 사설에서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이 (중략) 올림픽을 남북 화해 분위기로 물들여 일-미-한 3국 연계를 무너뜨려 제재망에 구멍을 내려는 계산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평창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는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사설에서 “북한의 노림수는 결국 한국 정부에 남북 화해 기대를 안겨서, (힌국과) 일본, 미국 사이의 거리를 넓히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매체들도 ‘스포츠 외교’에 각별한 관심을 보냈다. <중국신문망>은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대표팀의 공동입장과 관련해 “평창올림픽이 단순한 체육대회가 아닌 다자관계 외교 무대로서의 의미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점이 되기 바란다”며 “이 기회를 거품처럼 사라지게 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181명의 선수를 파견한 중국의 매체들은 올림픽 경기 자체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이날 오전부터 하루종일 매 시각 평창 현지를 연결해 경기장과 선수들의 모습을 내보냈다.

북한 이슈나 자국 선수단의 성적을 제외하고 외신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러시아 선수단의 참가다. 러시아는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도핑으로 인해 올림픽 참가가 금지됐다. 다만 도핑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선수 168명이 ‘러시아 올림픽 선수’(OAR)로 참가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선수단의 주장대로 메달 8~10개를 딸 경우, 다른 나라로부터 쏟아지는 분노 등 더 많은 드라마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정윤 기자, 도쿄 베이징/ 조기원 김외현 특파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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