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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김영철-폼페이오 1박2일 ‘최후의 담판’ 돌입

등록 2018-05-30 21:37수정 2018-05-30 22:45

2000년 조명록 부위원장 이후 북한 최고위급 방미
국무부 대변인 “폼페이오 장관 ‘회담들’ 기대”
6·12 북-미 정상회담 앞 의제·발표문 막판 조율
김정은 메시지·트럼프 접견 여부 초미의 관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각) ‘1박2일 뉴욕 협상’ 일정에 돌입한다. 고위급 담판 결과에 따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순항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30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일행 5명과 함께 에어차이나 여객기에 탑승해 뉴욕으로 떠났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20분(한국시각 31일 새벽 3시20분)께 뉴욕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30~31일 이틀 일정으로 뉴욕으로 이동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발표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들’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김 부위원장과 뉴욕에서 여러 차례 회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의제 설정을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의 회담은 이번이 세번째”라며 “두 사람은 분명히 깊은 대화를 나눴으며, 미국의 기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많은 얘기를 했다”고만 말했다.

지난 9일 평양을 다시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노동당 청사를 나서며 웃고 있다. 김 위원장 오른쪽 뒤가 김영철 부위원장이다.
지난 9일 평양을 다시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노동당 청사를 나서며 웃고 있다. 김 위원장 오른쪽 뒤가 김영철 부위원장이다.
김 부위원장 일정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접견이 이뤄지는지 여부다. 상호주의 원칙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게 외교 관례에 부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였던 폼페이오 장관은 두 차례 방북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특사 지위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이는 김 부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게 자연스럽다.

공개된 일정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접견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 체류 일정을 연장하지 않는 한,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 뉴욕 회담을 끝내고 31일 오후 4시50분에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서울~대구보다 먼 뉴욕~워싱턴 왕복 시간을 고려하면 워싱턴에 들르기가 쉽지 않다.

결국 김 부위원장을 접견할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고위급 회담에 만족할 경우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전격 초청할 수 있다. 국무부가 체류 연장과 이동 허가 조처를 취하면 된다. 나워트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것처럼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왜 없느냐’는 질문에 “국무장관이 그(김 부위원장)를 뉴욕에서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결국 김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접견 여부가 이번 고위급 회담이 성공했는지를 추측할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회담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으로 이동해 트럼프타워에서 김 부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적성국인 북한의 고위 당국자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트럼프타워 접견은 백악관보다는 공식성이 떨어져 부담이 덜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 뒤로도 트럼프타워의 66~68층에 있는 집과 사무실에 가끔 들렀다.

지금까지는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북한과의 협의 상황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이번주에 진행 중인 (북-미) 회담들은 확실한 진전의 신호였다”며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 열리면 확실히 준비할 것이고, 어떤 이유로 그 이후에 열려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시간 부족 등 기술적 이유로 다소 순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발언이다.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3개 회담을 (뉴욕,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며칠 사이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27·30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진행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회담 결과를 반영하면서 막판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부위원장이 베이징에서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29일 워싱턴행 비행기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워싱턴 직행’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 소식통은 “애초부터 그의 행선지는 뉴욕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뉴욕행 비행기 탑승 시간도 이날 낮에서 밤으로, 다시 낮으로 바꿨는데 보안을 위한 연막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 온 것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있는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감청 우려 없이 회담 진행 상황을 평양에 보고하고 훈령을 기다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 북한대표부 직원들은 뉴욕 밖으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도움을 받으려면 뉴욕에 머물러야 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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