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정상은 자국에서 야당으로부터 각각 탄핵·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북-미 간 북핵 실무협상 재개가 가시권으로 들어온 가운데, 미국 정치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면서 북핵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북-미 협상이 중단되는 등의 직접적인 충격파는 없겠지만, 향후 정책 우선순위나 협상 속도, 협상 결과 판단 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정책보다는 민주당의 탄핵 공세 대응에 정치적 자원을 집중하리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한 백악관의 대외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해지고 정책 판단 및 결정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소한 북-미 협상 관련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며 “만약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는 계획이라면 이 역시 늦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이는 단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로 하여금 북-미 협상의 진전보다는 ‘핵이나 장거리미사일 실험이 없는’ 현상유지 욕구를 키울 수 있다.
둘째, 북한과의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대대적인 청문회 보도가 결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북한에 양보했다’는 식의 국내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 이후 사실상 대외정책의 총사령탑이 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 향후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부채가 될 수 있는 합의를 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트럼프 총공세에 나선 민주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정서적인 거부감이 있다. 민주당 쪽에서 합의 내용 자체를 놓고 판단하기보다는 정략적 관점에서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몇가지 요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합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북-미 간 기싸움이나 힘겨루기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북한의 ‘계산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탄핵당하지는 않겠지만 재선 가능성이 엷어지면 북한이 적극적으로 회담에 나서거나 ‘큰 합의’를 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 여부, 합의 수준 등 측면에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들 문제로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더 부각돼 민주당의 탄핵 카드가 힘을 받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 카드로 북-미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슈 덮어씌우기’에 능숙한 만큼, 북핵 문제 등 대외 문제를 동원해 국내 논란을 줄이려 할 수도 있다.
이용인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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