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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또 ‘버서’ 음모론…오바마 이어 해리스까지 자격시비

등록 2020-08-16 16:34수정 2020-08-16 16:48

‘birther: 버락 오바마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어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로이터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를 음해했던 ‘버서(birther)’ 세력이 타깃을 미 역사상 첫 주요 정당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로 바꿔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오바마 출생지 음모론을 조장하다가 2016년 대선 직전 마지못해 입장을 바꾼 전력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도 인종차별적인 ‘버서’ 음모론에 불을 지피려다 역풍을 맞았다.

‘버서’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을 말한다. 계속되는 소란 끝에 하와이 보건당국이 2011년 4월 오바마의 하와이 출생을 증명했지만, 버서 세력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오바마는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008년 대선 캠페인 때는 물론 오바마의 재임기간 내내, 심지어 퇴임 이후까지 집요하게 오바마의 대통령 자격, 나아가 시민권을 문제삼았다. 이른바 ‘버서 운동(birther movement)’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오바마의 출생지는 물론 종교(크리스찬이 아니라 무슬림이라는 주장)와 관련된 음모론도 적극적으로 퍼날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 후보에 대한 버서 음모론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보수 성향 변호사이자 채프먼대 교수인 존 이스트먼의 칼럼 ‘카멀라 해리스의 자격에 관한 몇 가지 질문’으로 촉발됐다. 이스트먼은 시사 잡지 <뉴스위크>에 게재한 칼럼에서, 해리스가 출생할 당시 자메이카계인 아버지와 인도계인 어머니의 이민 자격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칼럼을 쓴 이스트먼과 관련해 <시엔엔>(CNN)은 “2010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겸 검찰총장)에 도전했으나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고, 민주당 소속 해리스가 그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당선됐다”고 소개했다.)

다음날인 1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해리스의 후보 자격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한 신빙성이라도 있는 주장이라는 듯 답했다. 트럼프는 “그녀가 (부통령 후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오늘 들었다”며 “그 글을 쓴 변호사는 고도의 자격요건을 갖춘 매우 재능있는 변호사”라고 답변해 논란을 키웠다. 트럼프 캠프 법률고문 제나 엘리스도 이스트먼의 글을 리트위트했다.

이와 관련 <시엔엔>(CNN)은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트럼프의 버서 거짓말이 그의 선거캠프에서 인종차별적 주제를 확대시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버서 음모론으로) 논란을 부추기고, 자신의 서툰 코로나 대응과 그로 인한 미국인 16만8천여명의 죽음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분석했다.

해리스는 1964년 10월20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현행 미 수정헌법 제14조는 부모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미국 시민이 되는 ‘속지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해리스에 대한 ‘버서’ 음해는 근거의 실마리조차 전혀 없는 가짜 뉴스인 셈이다.

바이든 캠프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인종차별주의적 버서 운동의 지도자였으며, (트럼프는 자신의) 재임 기간 내내 날마다 인종차별주의에 기름을 붓고 이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려 했다”고 일갈했다.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해리스에 대한 ‘버서’ 음모론과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친트럼프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마저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녀가 미국 시민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쟁점이 될 게 전혀 없다”며 “그녀는 합법적으로 거주했던 부모에게서 1964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헌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그녀는 명백히 미국 시민”이라고 밝혔다.

해리스의 후보 자격 음모론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이스트먼의 칼럼을 옹호했던 <뉴스위크>도 “인종차별적 음모론에 불을 붙이려는 것이 아니”라는 기존 태도에서 물러나 공식 사과했다. <뉴스위크>는 14일 ‘편집자 노트’를 통해 “이 칼럼은 일부에 의해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영속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스트먼의 칼럼은 미국에서 ‘타고난 시민’의 정의에 대한 지엽적인 법적 논쟁을 모색해보려는 취지였으나, 많은 독자들에게 필연적으로 비백인 여성이자 이민자의 자녀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진정한 미국인’이 아니라는 추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해명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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