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위 보고서…“여성 조기결혼 허용 등 착취 일조”
여성에 차별적인 법 조항이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여전히 남아있어, 열악한 여성의 사회경제적 처지의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유엔인권위원회(UNHRC)가 보고했다.
유엔인권위 후원으로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의 퍼레다 밴더 교수가 8일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이혼법·재산법·국적법 등 대부분 분야에서 남성에게 유리한 법조항들이 상존한다. 이런 여성차별적 법 현실로 전세계 빈곤층의 70%는 여성이며, 전세계 토지 가운데 여성이 소유한 땅은 1%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대부분의 나라가 남녀의 결혼 가능 나이를 다르게 규정해, 여성에 대한 성 착취에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은 남성은 18살, 여성은 15살로 규정하며, 일본은 남성 18살, 여성 16살으로 규정해 여성이 낮게 ‘책정’된다. 예외규정 탓에 필리핀에선 12살, 이란에선 더 어린 나이의 ‘소녀’가 결혼하는 일도 있다.
조기결혼은 특히 여성들의 교육기회를 빼앗는데다, 가정폭력, 어린이 학대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법으로 결혼적절연령을 규제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CRC)은 남녀 모두 18살 이후 결혼을 허용하라고 제시한다.
‘부부강간’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나라가 전세계 53개국 밖에 되지 않는 것도, 여성의 거부권을 인정치 않는 차별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제출한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보고에서 부부강간이 범죄로 언급되지 않아 지적된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부부강간을 범죄화하고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를 낸 밴더 교수는 4일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을 비준한 185개국의 ‘적극이행’을 촉구했다. 여성차별철폐협약 당사국은 입법, 행정조치, 정부정책 등을 통해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철폐할 의무 부담을 진다. 유엔인권위 소속 47개 회원국들은 오는 6월 여성차별 법조항의 독립적 감시기구 설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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