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나크바'라는 아랍어 단어 때문에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나크바는 재앙 또는 대참사를 의미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제1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1948년 5월15일을 나크바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들어서면서 자신들의 재앙이 시작됐음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이스라엘의 건국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나크바 60주년이 된다.
반 총장이 `나크바'라는 단어 때문에 구설에 휘말린 것은 15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전화를 건 것이 발단돼 됐다.
16일 예루살렘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나크바 60주년을 맞아 압바스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팔레스타인인들을 위로했고, 이와 관련해 유엔 대변인실은 `나크바'라는 단어를 넣은 반 총장의 동정 자료를 내놓았다.
그러자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표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대표부는 유엔의 공식 문서에 `나크바'라는 단어가 들어가게 된 경위에 대해 유엔 측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이 전했다.
다니 카르몬 유엔 주재 이스라엘 차석 대사는 나크바는 아랍권이 이스라엘 건국의 합법성을 훼손하기 위해 사용해 온 선전용어라며 유엔이 공식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를 보도한 예루살렘 포스트 웹사이트의 독자 의견 달기 코너에는 100여 건의 글이 오르는 등 이 문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일고 있다.
`Karl'이란 필명을 쓰는 독자는 반 총장이 "아랍인들의 충실한 종(servant)"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Oscar'란 필명의 독자는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국가라고 자랑한다. 그런데 나크바라는 말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뭔가. 이 단어의 사용을 금지시키려는 시도는 이스라엘을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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