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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위기의 핵 안전판…189개국 머리 맞댄다

등록 2010-05-02 22:39수정 2010-10-29 16:53

[막오른 8차 NPT 평가회의]
핵군축·비확산 의제로 25일간 회의…합의-붕괴 갈림길
무기 보유·비보유국 의견차 커…중동·북한 문제 중심에
올해로 40돌을 맞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중심으로 한 비확산체제는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3일부터 뉴욕의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189개 당사국 대표들이 참석해 나흘간의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28일까지 열리는 제8차 평가회의는 비확산체제의 장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회의가 될 전망이다.

5년 전 의제 합의도 못한 채 시작돼 난상토론 끝에 결렬됐던 7차 평가회의에 견주면 적어도 의제를 사전합의한 이번 회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무엇보다 7차 때 ‘훼방꾼’ 중 하나였던 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군축과 비확산 문제에 지도력을 발휘하는 태도를 보인 게 큰 요인이다. 이번 회의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담론의 시험대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는 회의 첫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연설을 통해 미국의 핵무기 보유현황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2일 보도했다. 미국 핵정책의 투명성을 보여주고 이번 회의에서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최근 비확산체제의 위기는 표면적으론 이란·북한의 핵문제 탓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조약의 태생적 한계가 초래한 측면이 있다. 핵보유국의 핵무기 감축은 강제조항이 아닌 반면, 비핵국의 핵무기 포기와 사찰 의무는 강제하는 ‘불평등 조약’이라는 점 때문이다. 각국과 국가그룹의 이해에 따라 조약에 대한 강조점이 다르다.

올해 합의된 20가지 의제는 △1995년 검토회의에서 결의한 중동비핵지대 설치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과 무기용 핵물질 생산금지조약(FMCT) △소극적 안전보장(NSA) △비확산체제 강화 등으로 한결같이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특히 이란과 이스라엘의 핵문제를 포함한 중동 비핵지대 문제와 비확산체제의 강화 문제는 핵보유국과 비핵국이 첨예하게 대립할 대표적 사안이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선임연구원은 “논의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조약 강화의 방향을 시사하는 정도의 뭔가가 이뤄진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핵보유국과 비핵국이 또다시 타협하지 못한다면 핵군축과 비확산체제 강화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 핵문제 같은 현안 해결을 위한 다자적 접근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고, 핵확산금지조약은 서서히 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 핵확산금지조약(NPT)

1960년 프랑스와 1964년 중국의 핵실험으로 핵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미·소 양국이 주도해 1970년 3월 발효된 핵 비확산체제의 핵심적 국제협정. 모두 11개조로 된 조약은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을 막는 비핵국의 비확산(1~3조),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을 막는 핵보유국의 군축(6조)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4~5조)이라는 3개 중심축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당사국은 189개국이며 북한은 2003년 탈퇴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가입하지 않았다. 조약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강화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5년마다 평가회의가 소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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