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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칸쿤 회의, 알맹이 있는 기후변화 대책 나올까

등록 2010-11-29 11:00

기후변화총회 개막에 앞서 지난 24일 멕시코 연방 경찰이 칸쿤 시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칸쿤/AFP 연합뉴스
기후변화총회 개막에 앞서 지난 24일 멕시코 연방 경찰이 칸쿤 시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칸쿤/AFP 연합뉴스
제16차 기후변화총회 개막
선진국-신흥국 분열 여전
정상들 불참 장관급 회의
재원마련 핵심이슈될 듯
“이보다 거리가 더 멀 순 없다.”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29일부터 다음 10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194개국 대표들이 참석해 열리는 제1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를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회의에 비교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지구를 구할 마지막 기회’라 불리던 코펜하겐 회의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 전세계 지도자 120여명이 몰렸지만 이번은 정상들이 없는 장관급 회의다.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구속력 있는 협약 체결은 아예 기대도 않는 등 국제사회의 기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 환경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회의에서 한국의 관심은 2012년 총회를 유치하느냐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누가 기후변화회의를 쐈나?

뭐니뭐니해도 지난해 파열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코펜하겐 합의’라는 미봉책 약속을 내놓고 막내린 코펜하겐 회의에서 확인한 ‘분열’ 탓이 크다.

지난해 회의 시작 전부터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인도 등 신흥국이 따로 모임을 하면서 나타났던 대결구도는 폐막일까지 봉합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막판에 원 총리를 찾아 초대받지 않은 중국·인도·브라질·남아공 4개국의 회담 장소까지 밀고 들어가, 파국은 막아냈다. 하지만, 폐막예정 31시간을 넘긴 끝에 나온 코펜하겐 합의는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평균기온이 오르지 않도록 막겠다”는 약속을 각국의 자발적 노력에 기대는 느슨한 정치적 선언이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중국의 과도한 역할론에 대해 “120명이 초대받아 그중 30여명이 회의하고, 이 가운데 단 두명이 핵심결정을 했다”는 비난이 나왔고, 소외된 유럽은 “중국이 회의를 하이재킹했다”고 맹비난에 나섰다.

최근 10년간 배출량이 급증한 신흥국으로선 산업혁명 이후 지구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해왔던 선진국과 신흥국은 책임이 다르다는 논리지만, 이는 다시 당장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 등 피해를 입고 있는 아프리카나 태평양 섬나라 등 빈국의 반발을 샀다. 이런 선진국-신흥국-빈국들의 견해차이는 올해에도 여전하다. <텔레그래프>는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던 기후변화 입법이 중간선거 공화당 승리로 물건너가면서 미국의 약속 없이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길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보도했다.

2008년 이후 지속되는 경기침체가 기후변화의 장기적 영향보다 당장의 비용으로 관심을 돌려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말 회의 직전 부각된 기후게이트에 이어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 녹아 사라질 수 있다는 보고서가 오류로 드러나며 급속히 확산된 ‘기후변화 회의론’ 역시 동력을 꺾어놨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인류 재앙을 의미하는) 2도 이상 상승을 억제하려면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44기가t(440억t)으로 억제되어야 하는데, 지난해 코펜하겐 합의를 각국이 다 따른다 해도 2020년 배출량이 49기가t에 달한다”는 우울한 분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번 칸쿤 회의가 지난해 큰 틀만 합의한 개도국 및 빈국의 기후변화 적응과 청정기술 개발 등에 쓰일 펀드 계획이나 개도국 산림 보전 계획 등을 구체화한다면 시들해져가는 기후변화 대응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디펜던트>는 이번 회의 핵심이슈가 ‘기후 파이낸싱’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20% 감축 및 30%까지 감축 용의를 밝히고 중국이 자국의 환경규제를 강화해가는 등 희망을 걸 움직임도 있다.


지난주 미국 배우 스칼릿 조핸슨 등 전세계 8명의 유명인사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기후변화의 파괴적 영향은 세계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비극과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칸쿤에서 역사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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