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재원 증액에 600억달러 내며 선도적 구실
IMF, 4300억달러 추가 모금…동원 가능액 두배로
IMF, 4300억달러 추가 모금…동원 가능액 두배로
지난 20일 폐막한 세계 주요 20개 국가·지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재원을 최소 4300억달러 증액하기로 합의하는 데 일본이 주도적인 구실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재정위기로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수출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유럽 위기를 해결하자는 의지가 다른 나라들보다 강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회의가 끝난 뒤 “일본이 합의를 선도했다”고 칭찬했다고 22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신흥국들도 (자금 염출에) 참가하면서 큰 합의가 이뤄졌다”며 “일본이 큰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과 캐나다가 재원 증액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일본은 앞장서서 600억달러를 내기로 하고 유럽 나라들과 신흥국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유로권이 2000억달러,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영국이 150억달러씩, 스웨덴과 스위스가 100억달러씩 내기로 하는 등 13개 국가·지역이 3800억달러를 내기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는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합해서 500억달러 이상은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써 국제통화기금의 가용자금 규모가 현재의 3800억달러에서 갑절 이상으로 늘어나게 돼, 유럽 위기 해결에 한층 힘을 보탤 수 있게 됐다.
일본이 적극 나선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깊어질 때마다 엔화가 강세를 보여, 일본 기업들이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로 중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경제규모 제2위 자리를 중국에 넘겨준 상황에서, 아시아의 리더 국가로서 자리를 유지해 국제사회에서 발언력을 유지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의 이번 자금 염출은 출자가 아니라 ‘융자’라서, 국제통화기금의 지분 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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