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끌어줄 녹색경제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온 세계가 유로존 경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경제만이 아니라 환경도 함께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유엔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가 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공식 개막된다. 1992년 같은 곳에서 열려 ‘지속가능발전’을 국제사회의 비전(어젠다21)으로 채택했던 지구정상회의를 기념해 ‘리우(Rio)+20’으로 불리는 이번 회의에는 190여 나라의 정치가와 관료, 산업계와 학계,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해 ‘지속가능한 발전 및 빈곤 퇴치 맥락에서의 녹색경제(Green economy)’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틀’이라는 의제를 놓고 22일까지 머리를 맞댄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환경·외교통상·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해, 녹색경제 전환을 촉진할 정상선언문이 도출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한편 이 대통령이 내세운 ‘녹색성장’을 적극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발등의 불이 된 유럽 경제의 향방에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데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의 지도자들이 대거 불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조율돼 마지막날 발표될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 라는 제목의 정상선언문도 녹색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일정, 수단 등의 알맹이가 빠진 원론적인 내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유럽의 맹주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 등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진전된 선언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회의에서 항상 나타나는 풍경인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 저개발국가들 사이의 갈등은 이번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예외없이 반복됐다. 가난한 나라들은 환경을 악화시키지 않은 녹색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부유한 나라들에게 요구하고, 부유한 나라들은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내놓을 것이 없다며 맞섰다.
이들 사이의 절충과 타협을 통해 결국 정상 선언문인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는 제목과 달리 ‘우리가 지나왔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내용이 담기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금까지 합의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에는 경제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 뿐 아니라 형평성이라는 사회적 요소가 함께 강조되고 있지만, ‘녹색경제’ 개념에서는 환경과 경제 사이의 관계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국 정부는 이 대통령이 할 수석대표 기조연설과 각종 회의 참석 뿐 아니라 부대행사등을 활용해 이 대통령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녹색성장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행하는 수단으로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현지 행사장에 ‘모두를 위한 녹색 성장’을 주제로 한 녹색성장 홍보관을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고, 19일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와 공동으로 ‘녹색경제 발전을 위한 고위급 정책 포럼’을 개최해 녹색성장 사례를 발표했다.
21일에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협력해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또 다른 고위급 포럼을 열 예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에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인식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이번 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 각료급회의와 12월초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8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 등에서 녹색성장이 성공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녹색성장과 녹색경제는 개념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지만,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현실로 들어가보면 4대강 사업, 원전 확대 등을 앞세운 엠비식 녹색성장은 녹색경제와 크게 다르다”며 “현재까지는 정부의 강력한 대외홍보가 힘을 발휘해 국제사회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지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화보] 2012년 6월 20일, 운행 멈춘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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