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기구, 신청 23곳 “적합” 밝혀
조선인 강제징용이 벌어졌던 시설이 상당수 포함된 일본 산업시설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이 유력해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적합하다”고 밝혔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이 4일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해 규슈와 야마구치현에 있는 중화학 산업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는데, 이 중 최소 7곳은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군함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에 있는 섬 하시마로, 태평양전쟁 시기 강제징용된 조선인이 석탄 채굴에 동원됐다가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100명 이상이 숨진 곳이다. 또한 일본은 태평양전쟁 중에 조선인을 대거 나가사키 미쓰비시 조선소에 끌고 가 군함을 만들게 했는데, 징용된 조선인 중 1945년 8월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목숨을 잃은 이도 많았다.
일본은 이 시설들에 대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하면서 “서양의 기술이 일본 문화와 융합해 급속한 산업국가가 형성된 과정을 시계열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정부는 강제노동이 벌어진 곳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해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 최종 결정은 7월 초 독일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이뤄지지만 이변이 없는 한 등재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경우 최종 결정에서 판단이 뒤집히는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