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무라 야스토시(오른쪽 세번째) 일본 경제산업상은 16일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가 끝난 뒤, 이탈리아·독일 장관들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PA 연합뉴스
16일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최국인 일본에선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나왔고 이탈리아·독일의 환경장관이 자리를 지켰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니시무라 장관은 “(후쿠시마) 처리수의 바다 방류를 포함한 폐로의 착실한 진전과 과학적인근거에 기초한 일본의 투명한 대처에 대해 환영했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이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올해 여름에 바다로 방류하는 일본 정부의 계획을 “환영했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옆자리의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 장관이 반론했다. 그는 “원전 사고 이후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노력한 것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오염수 방류를 환영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요 7개국 장관회의를 마친 뒤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노골적인 반론’이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렘케 장관이 분위기가 싸해지는 상황을 감수하며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니시무라 장관이 공동성명과 다른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채택된 성명에선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원자로 폐로 작업이 착실히 진전하는 것과 함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국제원자력기구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투명한 노력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염수에 대해선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성 검증을 지지한다”고 명시했을 뿐이었다. ‘오염수 방류를 환영한다’는 문구는 없다. 그런데도 니시무라 장관이 두 내용을 섞어 주요 7개국이 오염수 방류를 환영한 것처럼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는 결국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말을 실수했다”고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는 정말 실수일까. 일본 정부는 의장국의 지위를 활용해 이 성명문에 ’오염수 방류 환영’ 문구를 넣기 위해 집요하게 준비해왔다. 주요 7개국이 환영했다는 것을 방패막이 삼아 한·중 등 주변국과 일본 내의 반대 여론을 돌파할 생각이었다. 이 문구를 초안에 넣고 자국 언론에 이를 살짝 흘려가며(<아사히신문> 2월22일 1면 보도) 두 달 넘게 각국을 설득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이다.
이런촌극을 보며 떠오르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강 건너 불구경’이다. 오염수 문제를 총괄 대응하는 국무조정실은 16일 주요 7개국 공동성명과 관련해 “정부는 오염수 처리가 과학적·객관적으로 안전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만약 한국의 환경장관이 기자회견 석상에 있었다면 렘케 장관처럼 현장에서 반론할 수 있었을까.
오염수 방류는 코앞에 다가왔다. 국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한지 묻는데도 윤 정부는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거듭 ‘불구경’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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