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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7문7답] 40년 간 바다에 버리는 오염수, 인류에 어떤 위험?

등록 2023-05-31 05:00수정 2023-05-31 23:59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 7문7답
‘방류 찬성’ IAEA가 검증 독점
일, 방사성 물질 측정도 축소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 탱크들. 도쿄전력 제공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 탱크들. 도쿄전력 제공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이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일본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와 관련해 포괄적 검증을 위한 최종 조사를 벌인다. 지난 23~24일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점검한 한국 시찰단도 31일 시찰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오염수 바다 방류를 공식 결정한 뒤 2년여 만에 국제적인 안전성 검증이 막바지 단계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올여름께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바다 방류는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주요 쟁점을 7가지로 나눠 살펴봤다.

①오염수는 왜 발생하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가 발생해 후쿠시마 원전을 덮쳤다. 그로 인해 냉각 장치가 마비되면서 1~3호 원자로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다. 녹아내린 핵연료는 주변 구조물을 녹여 덩어리(데브리·잔해)가 된 채 원자로 바닥에 남아 있다. 사람이 가까이 가면 1시간 안에 죽을 정도의 고선량 방사선이 새어 나온다.

총 880t에 이르는 데브리에선 지금도 열이 발생해 냉각수로 식혀야 한다. 여기에 물이 닿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각종 방사성 물질을 머금은 오염수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근처 지하수와 빗물까지 원전에 유입되어 오염수가 날마다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전력은 지하수를 퍼 올리거나 1~4호기 주변에 동토벽(땅을 얼려 만든 벽)을 세우는 등 오염수 증가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오염수는 지금도 매일 90~140t씩 증가하고 있다. 이 오염수를 담아 저장하기 위해 원전 부지에 1073기의 물탱크가 설치됐다. 18일 현재 저장된 오염수의 양은 133만t이다. 전체 탱크의 97%가 꽉 차 있다.

②바다로 방류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오염수를 보관하는 탱크가 부족하다. 다만, 변수가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바다 방류를 결정하며 올여름께 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강수량 감소와 오염수 저감 정책 등이 일부 효과를 거두며 모든 탱크가 가득 차는 시점이 내년 2~6월로 늦춰졌다.

둘째는 폐로(원전 해체)를 위한 작업 공간 확보다. 폐로의 핵심은 1~3호기 바닥에 깔려 있는 데브리 처리다. 일본 정부는 데브리를 지상으로 꺼내 오염수 탱크가 있는 장소에 보관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만한 고선량의 방사선이 새어 나와 사람 대신 로봇이 들어가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로봇 개발이 더디다. 지난해엔 2호기부터 데브리 제거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늦어져 올 하반기나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1·3호기는 처리 시점과 방법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서두를 이유가 없다.

셋째는 비용이다. 일본 정부는 2016년 △바다 방류 △대기 방류 △지하 매설 등 다양한 오염수 처리 방안을 검토했다. 바다에 방류하면 34억엔(약 321억원) 정도 비용이면 해결되지만, 대기 방류와 매설엔 각각 349억엔(약 3300억원)과 2431억엔(약 2조3천억원) 든다. 후쿠시마 어업인들의 강한 반대가 있어 대기 방류 방안도 막판까지 검토되긴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정부 내에선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도쿄까지 가면 어떻게 하냐는 불안이 커지면서 해양 방류로 조정이 됐다”고 전했다. 바다 방류가 ‘유일한 대안’이 아님은 일본 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③IAEA 검증, 신뢰할 수 있나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독점하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이다. 객관적 검증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1957년 설립된 이 기구는 원전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 ‘원전 확대’에 방점을 찍는다. 원전의 위험성을 전세계에 일깨운 후쿠시마 원전 참사의 원만한 마무리는 일본과 이 기구의 공통된 목표다.

원전 강국인 일본은 기구 내 영향력도 세다. 국제원자력기구 정규 예산 분담률(2021년 기준)을 보면, 일본은 8.32%로 미국(25.25%), 중국(11.15%)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4개의 연락·지역 사무소 중 하나가 도쿄에 있다. 현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 전에 이 기관을 이끌던 이는 일본인인 아마노 유키야(1947~2019)였다. 2009년부터 2019년 숨질 때까지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오염수의 바다 방류는 국제원자력기구와 협의해 결정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방류를 결정하자, 한국·중국·대만·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그로시 사무총장은 가장 먼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바다 방류 결정에 참여한 주체가 검증을 맡고 있는 꼴이다. 이들은 시료 채취 등을 독점하며 다른 나라의 독자적인 추가 검증을 철저히 막고 있다. 이 같은 폐쇄성도 불신을 키우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④두번의 거짓말, 신뢰 추락한 도쿄전력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크다. 두번의 거짓말로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약 70%에 세슘·스트론튬·요오드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법적 기준치 이상으로 포함돼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일부 탱크에서는 스트론튬90 등이 기준치의 2만배 이상 검출됐다.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한 모든 방사성 핵종을 걸러낼 수 있는 ‘만능의 장비’로 선전되고 있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불량 등이 원인이었다. 도쿄전력은 그 전까지 알프스로 정화한 오염수엔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고 삼중수소만 남는다고 홍보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지금은 알프스로 2차 정화를 하면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이미 불신이 커진 상태다.

일본 정부는 어업인들과의 약속도 저버렸다. 도쿄전력은 2015년 8월 사장 명의로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와 ‘관계자(어업인)가 이해하지 않으면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는다’라고 문서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와 어민들을 한데 묶는 ‘신뢰의 상징’과도 같은 증표였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바다 방류를 결정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 반대를 위한 농어민 단체의 결의대회가 지난 2월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열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일본총영사관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 반대를 위한 농어민 단체의 결의대회가 지난 2월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열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일본총영사관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⑤알프스 성능은 믿을 수 있나

100% 신뢰하기 힘들다. 알프스로 정화를 한 오염수의 70%에 여전히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년 동안 오염수의 안전성을 독자 검증했던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패널들은 알프스의 성능을 제대로 검증하기에 자료가 턱없이 부실하다고 주장한다. 페렌츠 달노키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핵물리학)는 1월 한국 국회 토론회에서 “일본이 포럼에 제공한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일관성도 없고, 편향돼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도쿄전력이 오염수에 있는 64개 방사성 물질 가운데 세슘-137 등 9개에만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거의 측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정은 이달 21~26일 일본을 방문한 한국 시찰단도 마찬가지다. 유국희 시찰단 단장(원자력안전위원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알프스의 처리 전후 64개 핵종 농도에 관한 원자료도 받아 향후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한다면, 알프스 성능을 점검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자료를 방류가 이뤄지기 직전에 확보했다는 뜻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독자 평가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을 수 있을 리가 없다.

⑥삼중수소는 안전한가

알프스가 완벽히 작동해도 삼중수소는 걸러내지 못한다. 이 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의견은 크게 갈린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시설이 있는 다른 나라 원전도 삼중수소를 포함한 물을 바다에 방류하지만, 건강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중수소는 수산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와 유기결합삼중수소로 전환되면 내부 피폭 위험성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학자들은 삼중수소가 일으키는 생물학적 유전자 손상 정도가 대표적 방사성 물질인 세슘보다 2배 이상 높다고 우려한다. 일본은 방류가 시작되면 연간 22조 베크렐(㏃·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 횟수 단위)의 삼중수소를 바다로 내보낼 예정이다. 이는 2011년 3·11 후쿠시마 제1원전 참사 전인 연간 2.2조 베크렐보다 10배 많은 수준이다.

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찰단이 이달 23~24일 후쿠시마 재1원전을 방문해 오염수 바다 방류와 관련한 안전성 점검을 실시했다. 도쿄전력 제공
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찰단이 이달 23~24일 후쿠시마 재1원전을 방문해 오염수 바다 방류와 관련한 안전성 점검을 실시했다. 도쿄전력 제공
⑦오염수가 위험하다는 주장이 ‘괴담’인가

국민의힘과 원자력 전문가들은 오염수가 위험하다는 주장에 대해 ‘괴담’이라는 딱지를 붙여 공격한다. 이런 논리라면 방사성 물질의 ‘잠재적 위험’을 인정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판단도 괴담이 돼야 한다.

한국은 2019년 4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해 일본이 제기한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소송에서 1심 패소를 뒤집고 ‘역전 승소’를 거뒀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을 동원해 ‘과학적 수치’를 내밀었다. 후쿠시마 수산물을 표본조사해 보니, 세슘 등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돼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자체 조사뿐 아니라 방사능 관련 국제기구의 객관적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며 압박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의 특별한 환경은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나라엔 없는 ‘잠재적 위험’이라 주장하며 맞대응했다. 세계무역기구는 한국의 손을 들었다. 이들은 “식품의 방사능 검사 수치만을 따지는 것은 잘못됐다. 오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에스피에스(SPS·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에 관한 협정) 분쟁에서 피소국이 이긴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방사성 물질과 관련해 이뤄진 첫 판단이기도 헸다.

세계무역기구는 지난 여러 분쟁해결절차에서 환경·건강보다 무역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그런 세계무역기구조차 후쿠시마 원전 참사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잠재적 위험을 인정한 것이다. 원전 폭발 사고로 발생한 130만t 이상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30~4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하려는 나라는 일본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성을 지적하고, 충분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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