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첫 양산형 전기차인 ‘bZ4X’ 모습. 도요타 누리집 갈무리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EV)를 2027년께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전기차 개발에서 미국·한국·유럽의 경쟁 업체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가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통해 업계의 판을 흔들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도요타가 최근 시즈오카현에서 연 기술 설명회에서 전고체 전지의 내구성 과제를 극복했다. 2027~28년께 전기차에 탑재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도요타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은 설명회에서 “좋은 재료가 발견됐다. 세계에 뒤지지 않고 반드시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인 배터리를 뜻한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견줘 에너지 밀도가 높아 한 번 충전으로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화재·폭발 위험도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도요타의 대표적 전기차인 ‘비지포엑스’(bZ4X)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30분 충전하면 약 600㎞를 갈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10분 이하 충전으로 약 1200㎞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충전에 시간이 걸린다는 전기차의 약점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충전 가능 횟수다.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해 상용화하려면 충·방전 횟수를 수천 번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는 수십에서 수백 번에 머물러 있다. 제조비용을 낮추는 것도 큰 과제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 추산으로는 전고체 배터리의 제조 비용이 ㎾당 6만~35만엔(약 320만원)으로 기존 리튬이온전지(1만4000엔)에 견줘 4~25배나 비싸다. 이에 따라 실용화 초기 단계에는 고급 모델 등 일부 차종에 한정된 형태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중화를 위해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선도적으로 개발해 전기차 시장의 판을 바꿀 수 있을지도 초점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최강자인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에 한발 늦어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선 경쟁력이 강하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만 1천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2020년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으로 시험 주행도 이뤄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면 전기차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도요타 전기차의 세계시장 판매는 약 2만대에 머물렀다. 2026년 연간 150만대, 2030년엔 35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2040년 3조8605억엔(약 35조 3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경쟁도 치열해 졌다. 삼성 에스디아이(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2028년, 독일 비엠더블유(BMW)는 2030년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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