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바시마 이쿠오 일본 구마모토현 지사가 13일 구마모토 지진 피해와 복구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구마모토/길윤형 특파원
4월 큰 지진 피해를 입었던 구마모토현은 12일 한국에서 발생한 지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는 13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구마모토는 평소 지진이 없는 지역이어서 이렇게 큰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국가와 지자체가) 모든 사태에 대비할 수 없으니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대응력을 키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14일·16일 두 차례의 연속 지진이 구마모토를 강타했다.
“지진 발생 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지난 지진의 특징은 두개였다. 첫째,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두번 연속 일어났다. 둘째, 2000번 넘는 여진이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이 지진으로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구마모토성, 아소산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여러 과제가 남아 있지만, 가장 문 문제는 구마모토 도시권과 아소 지역에 16만동이 넘는 가옥 피해가 있었다는 점이다. 인적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전체 사망자 95명) 많은 집이 무너져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항후 과제다. 또 아소 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국도 57호선, 아소대교, 제이아르(JR) 호히본선 등이 아직 단절돼 있다.”
-이번 지진의 교훈은?
“한국도 어제 경주에서 지진 발생한 것으로 안다.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구마모토는 지진이 많은 곳이 아니라 이 같은 지진이 없을 것이라 과신했다. 일본 내 다른 현이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언제든 지진이 있을지 모른다고 준비해야 한다.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여러 예상치 못한 사태다 발생한다. 그래서 (돌발적인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지자체가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 자위대·소방·경찰 등 다른 기관과 평소부터 긴밀히 연대 해야 한다. 또 하나 교훈을 말하자면 도로의 소중함이다. 길이 한군데 끊어져도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복수의 도로를 확보해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진 직후 어떤 문제들이 발생했나?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대응 과제가 국면마다 계속 변한다. 지진 직후에는 물과 식량의 확보, 인명구조가 중요했다. 그 뒤엔 피난소의 확보, 피난소에 들어간 뒤엔 그 안의 생활의 쾌적함을 어떻게 유지할까 등의 문제에 대응했다. 지금은 가설주택이 거의 다 완성돼 그쪽으로 과제가 옮겨가고 있다. 9월 말까지 가설주택 보급이 94%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이 가설주택에서 1~2년 정도 생활한 뒤엔 (주택의) 본격적인 복구라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가바시마 이쿠오 일본 구마모토현 지사가 구마모토현의 마스코트인 구마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마모토/길윤형 특파원
인명 구조와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은 초동 대응이다. 세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자조(自助)다. 대형 재해가 발생하면 최초 2~3일 동안엔 스스로 물과 식량을 확보해 개인이 대피를 해야 한다. 두번째는 지역사회를 통한 공조(共助)다. 니시하라무라라는 곳에선 집이 전부 무너졌지만 주민 전원이 구조 됐다. 서로가 지역 사회의 사정을 잘 아니 어디에 누가 있는지 알고 지역 사회 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도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위대, 소방, 경찰 등이 나서게 된다.”(일본은 지진 발생 뒤 2~3분 안에 정부가 알림 문자를 보내오고, <엔에이치케이>(NHK) 등 방송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즉각 재난 방송을 시작한다.)
-재원 문제 등 국가와의 협조는?
“지진 직후 국가로부터 매우 따뜻한 지원을 받았다. 지진 발생 1개월 후 지진 복구를 위한 예비비 7000억엔을 지원받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8월24일엔 올 추경예산으로 지진 관련 예산 4139억엔이 계상됐다. 정부는 지진 발생 후 정부는 지역의 요청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자를 현지고 적극 지원하는 보내는 ‘푸시형’ 지원을 했다. 그게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진을 통해 얻은 교훈 등을 아카이브로 만들어 일본 뿐 아니라 세계와 공유하려 한다.”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난 지진 때) 자매지방자치단체인 충청남도를 통해 많은 따뜻한 지원을 받았다. 한국 정부는 군용기 등을 지원해줬다. 감사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물이 나오고 전기가 들어오는 평범한 일상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또 모두가 함께 힘든 일을 겪고 나니 현민들 사이에 일체감이 생긴 것도 수확이다.”
구마모토/글 사진 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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