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1·2분과, 과학기술교육분과 업무보고 회의에 참석해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왜냐면] 박병기 | 한국교원대 교수·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장
오월이 오면 문재인 정부를 대신하는 윤석열 정부가 눈앞에 등장할 것이다. 촛불로 연 정권이 불과 5년 만에 야당에 자리를 내주는 어수선한 정국 상황에서도, 새로운 정부를 향하는 국민의 기대도 조금씩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대 못지않은 우려도 있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검찰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비롯되는 ‘자기들만의 공정과 상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법의 핵심은 적용의 일관성과 평등성이다. 만약 이것이 깨진다면 촛불을 공유했던 시민들은 참지 않을 것이기에 어쩌면 더 조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된다.
오히려 더 우려스러운 것이 있다. 바로 교육이다. 후보자 시절부터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명확한 의견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당선자가 되고 나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과학기술교육 분과’를 둠으로써 교육이 지니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자율성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내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 구성원들이 주로 우리 교육을 철저히 경제 논리에 종속시키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 이명박 정권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산업사회가 등장한 이후 교육은 이 사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이른바 ‘산업일꾼’을 길러내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게 되었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교육은 우선 한 개인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성과 역량을 길러주는 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 특히 특정 지배층이 사회를 이끌어간 전통사회와는 달리, 시민사회는 모든 시민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시민의 인성과 역량 함양은 교육의 핵심 목표로 부각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는 대체로 산업사회와 그 궤적을 함께해왔다. 근대 산업사회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을 토대로 민주시민 사회로 정착했고, 우리도 광복 이후의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 그 두 유형의 사회를 함께 정착시키는 데 성공하는 역사를 써냈다. 불과 70여년 만에 이룩한 성과로 세계사적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는 그 과보 중 하나로 극단적인 각자도생의 경쟁 속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상품화해야만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게 되었다.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이 남을 딛고 일어서는 배타적인 경쟁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한 것도 바로 이 지점과 연결된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고 진 사람에게 다른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는 경쟁은 필요하지만, 한 번의 필기시험만으로 일생을 결정지어버리는 협소한 경쟁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 불평등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그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오래도록 보장해주는 체제이다. 그런데 새로운 정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만으로 결정짓는 대입 정시 비율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은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딛고 서서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우리 모두의 과업이다. 또한 교육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자신의 생존력을 공감과 협력을 바탕으로 확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총체적 노력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과학기술만을 중시하는 배타적인 경쟁력 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인성과 시민성을 외면함으로써 자멸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올바른 교육정책 부재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