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2년 4월15일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는 “수사권과 기소권 이원화는 민주 국가 사법 체계의 기본”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수사권과 기소권 이원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이나 프랑스는 민주 국가 사법 체계의 기본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인가?
1954년 1월9일 엄상섭 의원은 “검찰 파쇼”에 대한 지적과 동시에 중앙집권제로 되어 있는 경찰에게 수사권을 전적으로 맡기면 “경찰 파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시 언급하였다. 원래 한 국가의 형사사법제도는 각기 다른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따라 독특한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이기에 정답과 오답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위 법률안을 찬성하는 분들이 수사권·기소권 이원화의 대표적 국가로 들고 있는 미국도(미국이 수사권·기소권이 완전히 분리되거나 이원화된 국가도 아니지만)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거나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수사와 기소 여부 결정은 함께 가는 것이지 결코 따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은 검사는 수사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임을 천명한 것이다.
과거 무소불위로 지적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은 결국 정치권력에 의한 하명수사, 그리고 본건수사로 발견하지 못한 수사 대상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기 위하여 행해진 별건수사에 있다고 본다. 또한 무리하게 이루어진 경찰 수사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 그리고 법원의 유죄 확정판결로 발생한 형사사법제도의 실패가 결국 재심으로 바로잡힌 경우가 일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다수의 형사법학자 및 실무가가 동의하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무분별한 별건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의 축소,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효율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촉진하고 무리한 수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지휘권 강화, 검찰이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는 상황을 배제할 수 있도록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지휘권은 이미 삭제되었고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죄만 축소되었다.
수사권 조정 이전 검사가 사건을 불기소처분할 경우 불기소처분사유서는 바로 발급받을 수 있었던 반면에,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로 사건이 폭증함에 따라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 결정할 경우 고소인 등은 그 이유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2021년 상반기 통계를 보면 검사가 경찰에게 요구한 보완수사나 재수사가 3개월 이내에 이루어진 것은 절반 정도에 그치는 등 수사 지연에 대한 불만이 실무에서는 폭발하고 있다. 결국 수사권 조정의 최대 피해자는 범죄 피해자인 일반 국민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는 법률안이 통과됨으로써 검찰청법 4조에 규정한 이른바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까지 경찰이 떠맡게 된다면 경찰이 아무리 완벽한 수사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하더라도 수사의 추가 지연 등 부작용은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 등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경찰이 사건을 나눈다 하더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기관이 조직되어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는 상당 기간 지체되거나 증발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검사를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로 일반 국민의 피해는 가중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회는 비록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법률안에 대한 찬반의 온도와 입장이 다르기는 하지만, 70년 형사사법제도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작금의 시도에 대하여 대법원과 변협, 민변, 참여연대 모두 왜 한목소리로 성급한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지 잘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