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 1일 오전 ‘현 정부의 언론장악시도 중단 및 언론자유보장 촉구 전국 법률가, 교수, 연구자 3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검증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와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변 제공.
검찰이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검증 보도를 한 경향신문 등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고 있지만 명예훼손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아니다. 검찰은 이를 피해가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 죄명란에 ‘배임수재 등’이라고 기재했다. 배임수재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고, 이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이면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배임수재는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사이의 돈거래에 적용한 혐의로, 다른 언론사의 후보 검증 보도는 이와 관련성이 전혀 없다. 직접 관련성을 무리하게 확대 적용해 억지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어떤 근거로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지가 6일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대검찰청이 내부 규정을 통해 직접 관련성 개념을 거의 무제한으로 확장해놓은 사실이 확인됐다. 대검 예규인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을 보면, 직접 관련성의 범위를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넓게 규정하고 있다. ‘등’이라는 표현을 넣음으로써 ‘범인·범죄사실·증거’가 모두 겹치지 않는 사건도 직접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좁히려는 검찰청법 취지에 비춰보나, ‘직접 관련성’이라는 문언의 본뜻에 비춰보나 허용될 수 없는 변칙이다.
이는 지난해 현 정부가 시행령에 넣으려 했던 직접 관련성 규정과도 맞지 않는다. 당시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할 때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최종 시행령에서 이 조항이 삭제된 뒤 그 하위 규칙인 대검 예규에 ‘등’을 추가한 변형된 규정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시행령에 ‘등’ 자를 넣어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넓힌 ‘시행령 꼼수’가 비판받았는데, 예규를 통해서도 또 비슷한 꼼수를 쓴 셈이다. 법치를 솔선수범해야 할 검찰이 이렇게 멋대로 만든 내부 지침으로 직접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니 검찰은 ‘안하무법’ 기관인가.
대선 후보 검증 보도, 그것도 현직 대통령을 검증했던 보도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 대대적 수사를 벌이는 것 자체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그 수사가 절차적으로도 중대한 흠결을 지녔다면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검찰은 무리한 언론 수사를 중단하고, 상위법을 거스른 예규도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