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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한글 읽는 로마자 표기법을 제정하라

등록 2022-10-05 18:38수정 2022-10-06 02:36

로마자 ‘Wangsimni’로 표기돼 있는 왕십리 지하철역. 연합뉴스
로마자 ‘Wangsimni’로 표기돼 있는 왕십리 지하철역. 연합뉴스

[왜냐면] 김선일 |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집행위원·부경대 교수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널리 펼쳐지는 시대에 로마자로 한글을 볼 수 없다. 구글 번역기를 통하면 한글지명 ‘광안리’는 Gwangalli로, ‘청량리’는 Cheongnyangni로 전환된다. 이 로마자로는 외국인은 한글 문화에 접근할 수 없고 한글 지명으로 표시된 곳을 제대로 찾아갈 수도 없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이 글자가 아닌 발음을 로마자로 전환하는 특이한 어문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디지털혁명시대를 대비해 비과학적인 로마자 표기법을 혁신할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로마자 표기는 발음이 아닌 글자 전환법으로 해야 한다. 국제적 로마자 표기 표준정책은 비로마자 고유명(proper name)을 로마자로 전환해 국제적 문자 정보소통을 위하는 것으로, 복원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특이하게 글자가 아닌 발음 전환법을 쓴다. 글자를 연속으로 읽어 왜곡된 발음을 로마자로 전환하므로 그 로마자는 원래의 한글로 정확하게 복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글 글자를 로마자로 일대일 대응 전환하는 글자 전환법을 채택해야 한다. ‘왕십리’를 전환할 때, 연속발음 ‘왕심니’를 ‘Wangsimni’로 하지 말고, 글자 ‘왕십리’를 ‘Wang Sib Ri’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글-로마자 전환표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한글과 로마자를 교환해서 읽을 수 있다. 외국인도 전환표에 의해 ‘왕십리’를 읽을 수 있고, 정확한 발음과 의미도 알 수 있다.

둘째, 로마자 표기는 단어 단위가 아닌 한글 글자 단위로 모아쓰기 해야 한다. 훈민정음해례 합자해에서는 ‘초성, 중성, 종성의 자모가 합하여 글자를 형성한다’(初中終聲合而成字)고 설명한다. 서양어처럼 단어 단위로 자모를 모아쓰면 한글체계는 깨진다. 글자 단위로 로마자 자모를 모아쓰기 해야 그 로마자로 한글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함안’은 한글 글자 단위로 ‘Ham An’으로 표기해야 한다. 단어 단위로 표기된 ‘Haman’으로써는 ‘함안’과 ‘하만’을 구분할 수 없다.

글자 전환법과 글자 단위 모아쓰기는 조선시대 로마자 표기법에서도 지켜졌다. 한불자전(1880년)이나 한국서지(1894년)에서 조선의 고유명을 서방에 소개할 때도 이 방식을 따랐다. 전라도를 Tjyen ra to로 표기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홍콩과 베트남 등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태평산(太平山)을 Tai Ping Shan으로, 호이안(會安)을 Hoi An으로 표기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이제는 소리나는 대로 로마자를 적는 아날로그적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버릴 때가 되었다. 렌즈를 갖다 대면 한글과 로마자가 정확하게 교환되는 디지털 로마자 전환시스템이 요구된다. 당국은 이러한 국제적 문자 정보소통 서비스의 요구에 부응하여 ‘한글 로마자 표기법’을 제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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