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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한글날에 생각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등록 2022-10-05 18:38수정 2022-10-06 02:37

한글날인 지난해 10월9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이야기 전시관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글날인 지난해 10월9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이야기 전시관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완규 | 법제처장

곧 제576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께서 백성이 글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법령을 심사하고 정비하는 법제처로서는 법을 국민 누구나 알기 쉽게 만드는 것이 한글 창제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법령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것 중 하나다. 이에 법제처는 법령 속 어려운 법령용어와 문장을 알기 쉽게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올해 법제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열에 여덟은 아직도 법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실감한다.

얼굴의 여드름은 손으로 짜서 없앨 수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 오장육부를 튼튼히 해야 여드름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이처럼 기본을 충실히 다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법령을 알기 쉽게 만드는 데 있어서도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최근 법제처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민법, 상법, 형법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기본법을 한글화하고,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문장구조를 알기 쉽게 쓰는 사업을 법무부와 협업해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64개 형법 조문, 38개 형사소송법 조문을 한글로 쉽고 명확하게 개정했고, 아직 정비되지 않은 기본법 조문들의 정비안도 마련하고 있다. 형법을 예로 들면,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를 ‘위난을 피해서는 안 되는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바꾸는 식이다. 앞으로도 한자로 된 기본법의 한글화와 궁박(窮迫), 제각(除却) 등 일본식 표현을 순화해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기본법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알기 쉬운 법령을 만드는 과정에 다양한 연령대와 직종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9년부터 국민참여단이 입법예고안 속 어려운 용어·문장을 찾아 개선 의견을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법령에 반영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법령안 새로 쓰기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2021년 약 2만4천건, 올해 약 2만5천건의 개선 의견이 제출됐다. ‘제고’를 ‘향상’으로, ‘적시에’를 ‘제때에’로, ‘인프라’를 ‘기반’으로 바꾼 게 그 결과물들이다. 알기 쉬운 법령을 만드는 일은 국민이 변화를 실감해야 비로소 성과가 드러나기에, 법제처는 앞으로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쉬운 법령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세종대왕께서는 백성이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하는 세상이 태평성대라 생각하고, 이를 꿈꾸었다고 한다. 그 바람을 받들어 법제처는 법령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국민이 자기 일을 원만히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모색하고 실천할 것을 한글날을 맞이해 다시 한번 다짐한다. 국민께서도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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