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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학폭 예방, 처벌 강화보다 학부모 교육이 절실

등록 2023-04-03 18:21수정 2023-04-05 10:29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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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류영철 | 부산외대 글로벌미래융합학부 교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를 보면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실제 교육 현장에서 학폭은 학생 간 폭력이 아니라 학부모 간 폭력으로 변질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첫째, 입시 요인이다. 주로 고교생, 특히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는 학생이 가해자인 경우가 그렇다. 가해학생 조치는 제1호(서면사과)에서 제9호(퇴학)까지 있다. 학폭 자체도 문제지만 만약 가해학생의 학폭대책심의위원회 조치결과가 4호(사회봉사) 이상인 경우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그 사항이 기록돼 졸업 뒤 최소 2년 동안 남게 된다. 다수 대학이 학종을 실질적으로는 삼수(졸업 뒤 2년)까지만 평가하기에 가해학생은 학종 지원 자체가 어렵다. 물론 정시라는 대안이 있지만 상위권 대학 모집인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학종을 포기하면 그만큼 합격 확률이 줄어든다. 때문에 가해학생 학부모가 적극 개입해 행정심판, 소송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이번 정순신 변호사 아들 논란도 이에 해당한다.

둘째, ‘자아동일시 현상’ 요인이다. 자녀 일을 본인 일로 동일시하기 때문에 학부모 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한다.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일부 피해학생 학부모는 가해학생에게 위협과 폭언을 해, 역으로 가해학생 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서로 맞고소를 한다. 이제부터 학생 간 폭력이 아니라 학부모 간 폭력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각종 자료 수집, 진단서 발급, 각자의 친한 학부모를 통해 학생 목격자를 확보하기도 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다. 부모들의 개입으로 인해 학생 간 사과, 부모 간 화해는 물 건너가게 된다. 결국 학폭대책심의위원회 조치 결과 도출을 위한 기본요소 가운데 반성과 화해 정도가 낮아 지표 점수가 높게 나오고 이는 행정심판,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셋째, 보상심리 요인이다. 일부 피해학생 학부모가 해당한다. 피해는 어차피 입었으니 이를 ‘돈’으로 보상받으려는 것이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피해학생인 문동은(송혜교)의 모친은 딸의 자퇴 사유를 학폭 피해가 아닌 ‘학교 부적응’으로 바꾸는 대가로 많은 돈(합의금)을 받았다. 일부 학부모는 고의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고 합의금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합의금이 오가면 피해학생, 학부모가 학폭대책심의위원회 출석을 하지 않아 위원회 자체가 맥빠진 상태가 돼 행정 낭비가 되기도 한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폭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에 학폭 근절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교육부는 학폭 징계 학생부 기재기한을 2년에서 10년으로 연장, 수시뿐 아니라 정시도 학폭 내용 반영 유도, 학생 인성 교육 강화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하지만 처벌강화와 일반적 대책 말고 더 절실한 건 학부모 교육의 강화다. 발생한 학폭은 무엇보다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가 중요하다. 이 시기는 발달 특성상 또래 관계가 중요한 만큼 과도한 학부모 개입은 피·가해학생 모두의 또래 관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학폭이 학부모 폭력으로 변질하지 않으려면 현재 가정통신문 중심의 선택적·형식적 학부모 연수가 아닌 다양한 안내·이수방법을 통한 참여 확대와 더불어 사례 중심 학폭 예방교육의 실질화, 피·가해 학부모만이 아닌 모든 학부모에게 사안 대처법을 포함한 학폭 매뉴얼 제공, 관련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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